국내 주요 기관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대부분 3년 이하의 짧은 임기를 보낸다. 이 기간동안 다양한 투자 전략을 쌓더라도 임기 내에 성과가 발현되기는 힘들다. 오히려 차기 CIO 임기 때 전임자의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주요 기관들의 성과를 10년 이상 장기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외부 평가는 주로 한 해마다 나오는 단편적인 성적표에 집중돼 있다. 더벨에서 국내 주요 기관들의 10년치 수익률과 자산 비중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역대 CIO들의 활동을 조명해본다.
우정사업본부는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 다음의 '큰손'으로 꼽힌다. 예금과 보험 자산을 합해 140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고 있다. 그만큼 안정성과 수익률 제고 등의 성과 측면에서 책임감이 무겁다.
지난 10년간 우정사업본부의 안전자산(채권+금융자산) 비중은 절반을 훌쩍 웃돌며 안정성에 방점을 맞춰왔다. 다만 주식이나 대체투자의 비중도 조금씩 늘려오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정부기관 특성상 안정성이 담보된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에 좀 더 눈길을 두고 있다.
◇ 우체국보험 수익률 높아, 안정성 '최우선'
우정사업본부는 국내에선 대표적인 금융기관으로 꼽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다소 특수한 기관으로 분류된다. 일본을 제외하고 우체국과 금융이 결합된 사례가 많지 않은 탓이다. 1905년 예금으로 금융업을 시작한 우정사업본부는 1926년 보험사업도 덧붙이며 덩치를 불려왔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은 140조원을 웃돌았다. 민간 금융기관과 달리 정부기관인 만큼 자산운용 측면에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여타 연기금과 달리 보험자산과 예금자산을 따로 분류해 운용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우정사업본부의 안전자산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우체국 예금은 채권 62.2%, 금융상품 22%로 구성됐고 우체국 보험은 채권 72.7%, 금융상품 7.8%의 비중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및 대체투자 비중이 다른 연기금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기 위한 자산구성으로 풀이된다.
예금과 보험으로 구분되는 전체 수익률은 변동폭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우체국예금은 10년간 수익률 편차를 살펴보면 -0.4%~4.9%, 우체국보험은 -0.7%~5.86% 정도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최저 수익률이 -8.2%에 달했던 점과 대비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타 연기금들은 대부분 위험자산으로 구분되는 주식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
예금과 보험 수익률을 살펴보면, 대체로 보험의 수익률이 예금을 넘어선다. 보험 전체 수익률은 2019년 이후 2022년 제외하면 꾸준히 5%를 웃돌았던 반면, 예금 수익률은 4%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보험자산의 경우 한번 투자하면 만기까지 보유하는 장부가채권 비중이 높은데, 해당 부문 투자 수익률이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 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제', 인수금융 등 대체투자 확대 시동
우정사업본부는 전반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압도적인 채권비중을 기반으로 운용자산을 불리고 있지만 타 연기금에 비해 다소 저조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탓이다.
부실채권(NPL)이나 인수금융 등 대체투자 중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약 3000억원 규모로 국내 NPL 전략 펀드를 위탁 운용할 회사를 선정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침체기를 틈타 NPL 투자에서 효과를 본 만큼 올해도 비슷한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인수금융 역시 약 3000억원 규모로 위탁 운용할 예정이다. 선순위 인수금융 위주로, 금리 인하 시기에 발맞춰 해당 부문에서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주식과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늘리며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특히 예금 부문에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지난 2021년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은 카카오뱅크 지분 약 2.9%를 1조1000억원에 블록딜하며 '투자 대박'을 냈다. 해당 매매로 약 1조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다만 해당 사례 외에 눈에 띄는 대박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향후에도 대체투자 부문에서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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