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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태동 20년

조정기 맞은 PEF 시장, 불황 속 펀드레이징 직격탄

④대형사로 자금 쏠림 현상, 프로젝트 펀드 자취 감춰

임효정 기자  2024-05-13 10:49:35

편집자주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후 20년이 지났다. 국내 M&A 시장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PE의 등장으로 인해 양적·질적으로 성숙한 시장으로 변모했다. PE가 기록한 약정액만 140조원에 달할 만큼 이제 국내 자본시장은 PE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더벨은 사모펀드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PE의 성장기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10년전부터 양적·질적으로 폭풍 성장해온 프라이빗 에퀴티(Private Equity)의 활동에 제약이 뒤따른 건 최근이다. 저금리 시대가 그간 PEF 시장의 성장을 도왔지만,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와 달리 고금리 시대로 전환되며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출자기관(LP)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대형사 중심으로 출자를 단행하자 펀딩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졌다. 중소형사의 성장 발판이었던 프로젝트 펀드 역시 자취를 감췄다. 외부 환경만 변화된 건 아니다. 1세대 PE를 중심으로 고민도 깊어졌다. PE가 등장한지 20년이 지나며 하우스의 경영승계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유동성 파티 끝난 펀딩 시장, 양극화 뚜렷

성장을 거듭해온 PEF시장의 분위기는 2022년을 전후로 달라졌다. 저금리 시대 속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서다. 돈을 쥐고 있는 LP들도 몸을 사리며 유동성은 쪼그라들었고, 이는 펀드레이징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체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에 제약이 뒤따른 영향이다.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했다. LP의 출자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펀딩시장은 얼어붙었고, 인수금융 금리가 높아지자 운용사들의 투자와 회수에 제동이 걸렸다. 출자금에 대한 회수가 어려워진 탓에 LP의 움직임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악순환이 이어졌다.

더벨 리그테이블에서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연간 거래액은 2년 연속 내리막이었다. 활황기 정점에 달했던 2021년엔 거래액이 87조원을 돌파했지만 이듬해 84조원대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감소폭은 더 가팔라졌다.


펀딩 시장이 냉각되면서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졌고, 이는 펀드레이징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현상이 '대형펀드 쏠림'이다. 펀딩 종결성, 수익보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LP시장에서는 탄탄한 트랙레코드가 있는 대형 하우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LP입장에서도 자금이 마른 시장 환경 속에선 기한 내에 펀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하우스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펀드레이징에 나선 몇몇 대형 하우스에 자금을 쏠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설상가상 해외 LP 위주로 펀딩을 진행해온 대형사도 국내 출자사업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하우스가 한앤컴퍼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에 출자표를 던졌고, 승기를 잡았다.

◇난이도 높아진 프로젝트 펀딩, '석세션 플랜' 하우스 과제 대두

프로젝트 펀딩 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몇년새 프로젝트 펀드까지 자취를 감추며 신생 PE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다. 금리 인상으로 펀딩 시장이 위축된 것도 원인이지만, MG새마을금고의 부재 여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MG새마을금고는 PEF시장에서 떠오르는 '큰 손'이었다. 국내 주요 LP인 연기금과 공제회가 출자사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출자액을 줄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체투자 부문에 증액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자연스레 프로젝트 펀드의 앵커 출자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MG새마을금고 내 PEF 관련부서의 임직원들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면서 지난해부터 사실상 출자가 중단됐다.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이 여파는 신생PE는 물론 블라인드 펀드가 없는 중소형 하우스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MG새마을금고가 1년여 만에 출자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앵커LP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예전과 같은 프로젝트 펀딩의 황금기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외부환경 외에도 하우스 내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국내에 PE가 등장한지 20년이 되자 1세대를 중심으로 경영승계 이슈가 과제로 떠올랐다. 해외 PEF시장에서 GP의 경영승계 이슈는 이미 출자하는 데 있어 주된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1세대 토종PE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일찌감치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를 설립해 세대교체의 행보를 보였다. 스카이레이크는 2019년 '진대제 펀드'로 불리던 옛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1인 오너 중심에서 파트너 체제로 지배구조를 재편한 셈이다.

VIG파트너스 역시 2020년 4인 파트너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 세대교체를 통해 5인 파트너 체제로 개편했다. 파트너십 계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다. 자금줄 역할을 하는 LP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의 출자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며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GP와의 파트너십을 원한다. 이 때문에 하우스들의 석세션 플랜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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