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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상장사 '0곳'

[독립성]②'경영 효율성' 방점 대표이사 의장 선임…선임 사외이사 제도 미도입

이민호 기자  2024-04-02 14:09:43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두산그룹 7곳 상장사 이사회 의장은 모두 대표이사다.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요구되고 있지만 두산그룹은 업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대표이사인 이사회 의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가 주목받으면서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 주요 기업집단이 속속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이마저도 도입하고 있지 않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공식 답습…"경영 효율성" 제시

두산그룹에 속한 7곳 상장사 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는 곳은 없다. 모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주사 두산의 이사회 의장은 그룹 동일인인 박정원 대표이사 회장이다. 두산의 자회사(지분율 30.39%)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사회 의장도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대표이사 회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지분율 46.06%)로 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밥캣은 박성철(스캇성철박) 대표이사 부회장이, 또 다른 자회사(30.33%·우선주 포함)인 두산퓨얼셀은 이두순 대표이사 부사장이 각각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 두산로보틱스는 류정훈 대표이사 부사장이, 두산테스나는 김도원 대표이사 사장이, 오리콤은 박병철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이사회 의장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에도 포함된다. 이사회의 독립성에 주요한 요인인 탓이다. 두산의 이사회 의장인 박정원 회장은 이 회사 지분 7.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규율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의무공시 제도다. 공시의무는 2022년 자산총계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재차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3개 항목과 관련된 15개 핵심지표에 대한 준수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수록하도록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한 이유로 업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주로 들고 있다. 두산은 사업보고서(2023년 기준)를 통해 박정원 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유를 "1985년 두산산업 입사 이후 현재까지 두산에 재직하며 소비재 사업에서 인프라지원사업(ISB)으로의 성공적인 체질 전환을 이뤄냈으며 2016년 3월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두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2022년 기준)를 통해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미분리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업무 집행의 효율성 등을 높이고자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지만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과반수 이상(비율 57%)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리 계획·검토 여부 미수록…선임 사외이사 제도 미도입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박지원 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유를 "2012년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의 대표이사 회장 역할을 수행하며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외 최고의 에너지 발전 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공헌했다"며 "국내외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사업적 안목, 강력한 리더십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과 재무 건전성 강화 등에 기여할 적임자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두산밥캣의 경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미분리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건설기계(Compact) 산업은 전방산업인 건설업에 민감한 만큼 건설경기 기복을 포함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대표이사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포스코그룹 등 다른 그룹 일부 계열사는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미분리에도 향후 분리 계획이나 검토 여부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대부분 상장사가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분리 계획이나 검토 여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두산밥캣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 제도에 대해서는 더욱 심도 깊은 논의 등을 통해 향후 개선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두산그룹은 선임(先任) 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하고 있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사외이사 중 연장자를 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지 않으므로 온전한 의미의 선임 사외이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 제도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선출해 의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선임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하거나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하는 등 권한을 가진다.

국내에서는 금융권에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일반기업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삼성그룹이 삼성SDI와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에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결정했으며 지난달에는 롯데그룹이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롯데쇼핑 등 10곳 상장 계열사에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두산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선임 사외이사 제도 미도입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 또한 선임하고 있지 않지만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있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이 각 사외이사를 대표해 회의를 주재하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집약하는 역할을 하며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권고하는 선임 사외이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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