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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두산로보틱스가 매년 매출의 20%가량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구개발 인력도 64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30%에 이른다. 한참 개화기를 맞은 협동로봇 산업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동로봇 사업을 하고 있는 동종업계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27일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로보틱스는 연구개발 비용으로 98억6700만원을 썼다. 절대적 수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매출 대비 비중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매출의 19%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2022년에는 89억3900만원을 써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보면 비중이 높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전체 연구개발 비용은 무려 4000억원에 이르렀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2.3%였다. 두산퓨얼셀은 해당 비중이 1.5%에 그쳤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연구개발 쪽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임원 2명을 포함해 64명이 연구개발 쪽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수가 200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
매출 대비 많은 연구개발 비용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매출은 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132억원에서 192억원으로 45% 확대됐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연구개발 강화 및 북미시장 확대를 위한 인력 확충, 기업공개(IPO) 관련 일회성 비용 등으로 영업손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가 매년 매출의 상당부분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는 이유는 제품 라인업 확대가 곧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는 산업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협동로봇 산업은 얼마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지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달라지는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선호 및 요구, 규제 표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제품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두산로보틱스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18년 M시리즈 출시를 시작으로 2020년 A시리즈, 2021년 H시리즈, 2023년 E시리즈를 추가해 모두 4개 시리즈의 13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동종업계에서 가장 많다.
다른 기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로봇 대장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연구개발 비용 자체는 두산로보틱스보다 적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훨씬 높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46억6000만원을 썼는데 무려 매출의 31%에 이르렀다. 2022년은 26%, 2021년에는 33%를 썼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전체 임직원 수가 70명 정도인데 40명 이상이 연구개발 쪽 인력이다. 다만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협동로봇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상장해 지난해부터 연구개발 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아직 전체 비용과 정부보조금만 공개하고 회계 처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