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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 거버넌스

세아·오뚜기,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상속세

⑥이태성 사장, 세아제강 주식 매각…함영준 회장, 지주사에 지분 팔아

원충희 기자  2024-02-08 11:02:10

편집자주

최근 진행 중인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 간의 경영통합 시작은 한미약품그룹 총수일가의 상속세였다. 통상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이어 주식교환과 공동경영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상속세 이슈가 지배구조 이슈로 전환된 격이다. 최근 10년간 상속·증여세 이슈가 있었던 그룹들을 찾아 이들의 유형과 주주구성 및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봤다.
세아그룹과 오뚜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총수 별세를 겪은 그룹 중 상속세를 모두 완납한 곳이다. 두 그룹 모두 세금 완납과 지배구조 변경이 맞물렸다.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내부사정이 있는데다 1500억원 넘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분 매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는 세아제강 지분을 팔면서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과 한 그룹 듀얼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 영역 분장을 명확히 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경우 지주사에 보유지분을 팔면서 상호출자 이슈가 불거지는 바람에 흡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개편이 필요했다.

◇세아, 상속세 완납한 2018년 듀얼 지주사 완성

1966년 국세청 개설 이래 주요 기업집단 가운데 1500억원 넘는 상속세를 모두 완납한 그룹은 손에 꼽는다. 2003년 교보생명(1838억원), 2018년 세아그룹(1700억원), 2022년 오뚜기(15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세아그룹과 오뚜기그룹은 최근 10년 안에 상속 이슈가 생긴 곳이다.

오너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는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2013년 이운형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최대주주가 됐고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 받았다.


처분대상은 세아제강과 비주력 자회사 등의 주식이다. 특히 이 대표는 세아제강 지분 8.38%(50만3031주)를 받으면서 총 지분율 19.12%로 세아제강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그 지분을 수차례 걸쳐 팔아 4% 수준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과 경영체제 분리가 명확해졌다. 세아그룹은 이종덕 창업주에서 시작해 장남인 고 이운형 회장과 차남인 이순형 회장의 형제경영 체제로 이어졌다. 이운형 선대회장 사후 그의 아들인 이태성 사장이 전면에 나섰고 세아제강 쪽은 이순형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사장이 맡았다. 형제경영이 사촌경영으로 세습된 격이다.

이태성 대표의 세아제강 지분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됐다. 세금 완납한 2018년 그룹 내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듀얼 지주사 체제가 완성됐다.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으로 이어지는 특수강사업은 이태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으로 이어지는 강관사업은 이주성 사장이 맡았다.

◇오뚜기, 함태호 별세 후 2017년 지배구조 개편 시작

오뚜기 총수일가에게는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후 상속세 1500억원이 부과됐다. 5년간 분할 납부를 했는데 재원은 역시 주식 매각 등으로 마련했다. 다만 세아그룹처럼 장내 매도보다 계열사에 파는 방안을 선택했다.

2017년 말 가족이 소유한 광고회사 애드리치 지분 66.7%를 총 119억원에 오뚜기에 매각했다. 함영준 회장 개인은 2021년 3월 보유 중이던 오뚜기 주식 5만8200주를 오뚜기라면지주에 매각, 399억원을 확보했다. 이듬해인 2022년 3월에도 오뚜기 주식 7만3000주를 오뚜기라면지주에 블록딜로 처분해 386억원을 마련했다. 이는 모두 상속세로 나갔다.

그 결과 함 회장의 오뚜기 지분은 상속 직후인 2016년 말 28.91%에서 23.74%로 낮아졌다. 하지만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지주에 대한 그의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함 회장이 오뚜기라면지주 지분 24.7%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함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인해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지주는 상호출자 관계가 된 점이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지주 지분 37.3%를 보유하게 됐고 오뚜기라면지주는 오뚜기 지분 6.82%를 갖게 됐다.

오뚜기그룹은 2017년 오뚜기삼화식품을 시작으로 2018년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 2020년 오뚜기제유지주, 오뚜기에스에프지주를 흡수 합병했다. 지난해 10월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일단락했다. 오뚜기를 정점으로 상장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킨 구조다.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순환출자, 상호출자,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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