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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마다 가족회사 활용법은 다양하다. 가족회사는 독립 사업이나 계열 매출, 투자 수익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현금은 계열회사에 대한 지분 취득이나 대여금 지급,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 등 여러 용도로 이용된다. 그룹 내에서 가족회사는 역할이 미미할 수도 있고 지배구조 형성에 결정적인 키가 될 수도 있다. THE CFO가 각 그룹이 가족회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에이팩인베스터스와 에이앤에이인베스트는 모두 세아그룹 계열 가족회사다. 두 회사를 연결하는 고리는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대표이사(사장)이다. 이 사장은 두 회사의 주요 주주이자 사내이사로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에이앤에이인베스트에 대한 대여금 제공을 결정하기도 했다.
에이팩인베스터스(이하 에이팩)는 세아그룹 계열의 대표적인 가족회사다. 에이팩 지분은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78.02%, 이 회장의 아들인 이 사장이 20.12%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팩은 세아제강지주 지분 22.8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 회장에서 이 사장으로 이어지는 세아제강지주 계열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계열 일가의 또 다른 가족회사로 에이앤에이인베스트(이하 에이앤에이)가 있다. 에이앤에이는 에이팩과 달리 이 회장 지분율이 0.31%에 불과하며 이 사장과 그의 동생(이 회장의 딸)인 이주현 세아제강지주 투자운용팀장 겸 에이앤에이 대표이사(이사회 의장)가 중심이다. 에이앤에이에 대한 이 사장과 이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26.23%다. 나머지 지분은 이 사장의 아내인 민규선 에이팩 투자운용팀장 겸 에이앤에이 기타비상무이사와 이 사장의 두 아들이 15.74%씩 보유하고 있다.
두 가족회사를 연결하는 고리는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은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에도 소속돼 있다. 에이팩의 경우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지만 이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이며 이 사장이 대표이사다. 이 사장은 에이앤에이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두 가족회사는 모두 투자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에이팩은 세아제강지주로부터의 배당금수익과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담보로 마련한 차입금 등을 재원으로 지난해 말 합산 600억원(공정가치 기준)이 넘는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펀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앤에이도 2020년 인하브바이오텍6피에스성장사모투자합자회사(PEF·12억5000만원), 2021년 두나무 보통주(10억원), 지난해 리라이브테라퓨틱스(ReLive Therapeutics) 우선주(preferred stock·19억원), 올해 옵토마인드 전환사채(CB·10억원) 등에 투자했다.
다만 에이앤에이는 아직 이익 기반이 미약하다. 2022년 말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지난해 11월 16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했다. 그럼에도 작년 말 자산총계 35억원에 부채총계가 24억원으로 이에 따른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간다. 지난해 영업이익 마이너스(-)3억원, 당기순이익 -4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작년 말 부채총계(24억원) 중 차입금이 22억원이었다.
에이앤에이가 끌어다쓰는 차입금은 대부분 이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에이앤에이의 올해 4월 17일 공시(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에 따르면 이 회장으로부터의 차입금 잔액은 39억원이었다. 에이앤에이는 이 돈을 운영자금으로도 쓰지만 대부분 투자자금으로 쓴다. 이 회장으로부터의 차입금에 매겨진 금리는 3.3%다. 투자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면 이 회장에게는 해당 고정금리에 따른 이자만 지급하고 나머지 이익은 에이앤에이에 이익잉여금 형태로 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익잉여금은 배당재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에이팩이 에이앤에이에 대여금을 제공한 사례도 있다. 2022년 운영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빌려줬다. 금리는 4.6%가 매겨졌다. 금액이 작은 데다 에이앤에이는 이 돈을 지난해 모두 상환했다. 이후 에이팩으로부터의 차입은 없다. 에이앤에이는 지난해 합산 15억원 규모 유가증권을 특수관계자에 매도하기도 했다. 투자자산 매도에 따른 차익수취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