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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종합식품기업 오뚜기가 탄탄한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경영성과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케첩·카레 등 1위 제품을 다수 보유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다만 지배구조 측면에서 내부 경영진에 무게가 쏠려 있는 지점은 다소 미흡한 부분으로 꼽힌다. 오너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지 않아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오뚜기는 이사회 독립성을 감사위원회로 보완해나가고 있다.
◇경영성과 항목 11개 중 6개 항목 '만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오뚜기는 255점 만점에 152점을 받았다.
오뚜기가 가장 고득점을 획득한 항목은 경영성과다. 공통지표 각 항목 만점을 5점으로 보고 점수를 매겼을 때 평점 3.5점을 기록했다. 정보접근성·참여도·견제기능 항목에서도 평점 3점대를 받았다.
경영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건 만점을 기록한 세부 항목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총 11개 세부 항목 중에서 6개 항목이 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 추이를 평가한 재무지표가 고득점을 받았다.
매출성장률·영업이익성장률이 대표적이다. 오뚜기는 최근 2년 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조1833억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3조4545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5.83%에서 7.38%로 상승했다.
그 결과 매출성장률은 8.52%, 영업이익성장률은 37.29%를 기록해 KRX300 평균치인 4.70%와 -2.43%를 각각 웃돌았다. 라면, 즉석밥, 소스 등 다양한 식품 포트폴리오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8.06%로 4점을 기록했다. ROE는 이익창출력을 나타낸다.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 간 얼마의 순이익을 벌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한 덕에 재무건전성 지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상황과 그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뚜기 부채비율은 69.44%, 순차입금/EBITDA는 0.71%를 기록했다.
정보접근성에서도 7개 항목 중 3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홈페이지 등에 이사회 활동 내역 등을 충실하게 공시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율은 66.7%를 기록했다.
◇이사회 의장=오너, 아쉬운 '구성·평가개선' 항목 다만 구성과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에서는 2점대에 그쳤다. 특히 이사회 이장을 함영준 회장이 맡고 있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함 회장은 40년 간 오뚜기에서 근무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도 별도 기준 자산 총액 2조원을 기록해 의무 설치 대상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하면 소위원회가 ESG위원회 하나에 그친 점도 고려됐다.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에서도 사외이사 정책 부분이 미흡했다. 각각의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현재 사외이사 개별 평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재선임이나 보수 결정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기도 어려웠다.
대신 오뚜기는 이사회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를 통해 독립성을 갖췄다. 감사위원회 구성원은 3인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꾸려졌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조봉현 인덕회계법인 2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로 경영진 및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돼 경영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감독하기 위해서다. 2023년에는 감사위원회를 8회 열어 회계감사 결과를 공유하고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