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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는 지금

'PBR 0.7배' 박스권, 중장기 배당 정책 반등 묘수 될까

②2015년 황제주 등극 후 주가 저평가 장기화, 기업가치 제고 전략 고심

정유현 기자  2024-08-14 15:11:05

편집자주

1969년 작은 카레 배전기 1대로 시작한 오뚜기가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국민들의 식탁을 책임지며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온 오뚜기는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정체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더벨은 오뚜기의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성장 전략 등을 톺아보며 미래 청사진을 가늠해 본다.
오뚜기는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의 면모를 과시하던 종목이다. 과거 액면분할이 거론될 정도로 비싼 몸값을 뽐냈지만 주가가 장기간 우하향하며 실적 대비 저평가 종목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특히 K푸드 열풍에 따라 경쟁사들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오뚜기만 유독 상승 사이클에서 소외되는 모습이었다.

과거 황제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오뚜기도 팔을 걷었다. 사실상 코스피 상장 후 처음으로 중장기 주주 배당 계획을 발표하며 배당 예측성을 높였고 추가적인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주가 반등의 핵심 열쇠가 될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펀더멘탈 대비 주가 장기 저평가, PBR 1배 미만 지속

오뚜기는 재무 체력이 탄탄한 곳이다. 케첩과 카레 등 1위 제품을 다수 보유한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오랜 기간 이익을 쌓아 곳간도 넉넉한 편이다. 6월 말 기준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8523억원에 달한다. 42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 지표로 살펴보면 부채비율은 78%, 유동비율은 148% 수준이다. 자금 동원력을 나타내는 유보율은 1만842%다.

펀더멘탈이 강한 편에 속하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1년간의 PBR을 살펴보면 0.7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 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오뚜기 최근 10년간 주가 추이
오뚜기의 주가는 혼밥 열풍이 불었던 2015년 8월 역대 최고가인 146만6000원을 찍었다. 3분 시리즈의 즉석 식품 등 다양한 간편식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것이 부각되며 주가도 훈풍을 탔다. 저가 전략을 표방한 오뚜기가 1인 가구 증가의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이 됐다.

여기에 대표 제품인 '진라면'을 필두로 라면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점이 기업가치를 높였다. 2015년 10월 '진짬뽕'을 출시한 후 국내 라면 시장 2위 자리에 올랐다. 주가가 100만원을 넘었던 2015년 한때 PBR은 4.47배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외형 확장 대비 이익률 개선세가 지지부진한 점에서 투자자들의 소외를 받기 시작했다. 주가 하락과 함께 PBR도 뒷걸음질 쳤다. 2023년 2월까지 PBR이 1배를 넘었지만 3월 들어 1배가 깨졌다. 식품주가 주목을 받았던 올해 6월 잠시 0.8배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다시 0.7배에서 횡보하고 있다.

저평가 받는 시기가 길어지다보니 증권가에서도 소외되는 분위기다.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부진한 영향에 오뚜기를 분석하는 리포트가 많지 않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다 보니 들여다보는 연구원도 많지 않은 것이다. 2018년까지는 다수의 리포트가 발간됐지만 최근 들어 1년에 한 두건 나오는 상황이다.

◇배당 예측성 높여 주주가치 제고 의지, 추가 방안은 여전히 '검토 중'

오뚜기는 위축된 투자 심리 개선을 위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첫 번째 방안으로 중장기 배당 정책을 공개했다. 매년 배당을 실시해왔지만 배당 성향과 기준 등 중장기적인 계획을 명시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2024년~2026년 사업연도 기준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수준의 배당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여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최소 주당 배당금은 직전 사업연도(1주당 9000원) 주당 배당금을 유지할 예정이다.

다만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 외에는 아직 추가적인 주주 정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뚜기는 2016년 이후로 주가 부양을 위해 사들였던 자사주 취득도 멈췄다. 사실상 최근 8년간 현금 배당이 유일한 주주 환원책인 셈이다.

다행인 점은 주주 환원 확대로 방향 키를 잡은 것이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투자, 재무구조,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배당 이외의 주주 환원책을 검토하면서 밸류업을 도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식품주 주가 상승의 핵심인 글로벌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은 수익성으로도 연결이 된다. 다양한 국가의 유통망 입점과 글로벌 프랜차이즈 소싱을 확대하면서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치도 설정했다. 이익 규모가 커지면 배당금도 확대될 여지가 크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 사업 비중을 높여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회복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중장기 배당정책은 정기적으로 검토해서 공시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주주 환원 정책도 다각도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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