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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거버넌스 개선 나선 세아홀딩스, 사외이사에 의장 맡긴다

⑤이순형 회장 대신 연강흠 이사회의장 분리…BSM 공개하고 내부거래 객관성 검토 장치 마련

김소라 기자  2024-05-31 15:36:36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철강 그룹 '세아'가 올해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중 지배구조(G) 점수가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중하위권에 머무르면서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이사회 등 세부 항목들을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맞춰 나가고 있다.

상근 감사도 최근 변경했다. 경영 활동에 대한 독립적 감시 역할 제고를 위한 변경이다. 이는 기존 상근 감사인의 장기 재직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 탓이다. 상근 감사의 경우 사외이사처럼 상법 상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버넌스 개선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세아홀딩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 당일 이사회를 열고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여러 안건을 승인했다. 이는 대부분 이사회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을 손보는 차원이다. 이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이사회 활동이 보다 능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향후엔 자체 이사회 구성원 역량을 도식화한 이사회 역량 지표(BSM, Board Skills Matrix) 모델도 공개할 방침이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금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점과 맞물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시도들을 본격화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ESG 부문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지배구조 모범 구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사외이사 역할 강화 환경 마련…"BSM 도입 예정"

표면적으로 사외이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세아홀딩스는 이번 이사회에서 연강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이전까진 이순형 세아 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도맡았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이를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한국ESG기준원에서 상장사를 대상으로 권고하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간 분리 조건을 충족했다.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감시,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기업 경영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부터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이전까진 사외이사 개별 평가 체제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으나 최근 해당 부분을 보강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운영 규정 개정 건을 통과시켜 이를 손 봤다. 우선 방식은 사외이사가 자신의 이사회 활동 및 성과 등을 스스로 평가하는 자체 평가로 설정했다. 평가를 보다 객관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경영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외부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이다. 이미 자체 이사회 운영 규정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고 중장기 과제로 이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머지 않아 그룹의 BSM 모델도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BSM 모델 도입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BSM 모델은 현재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이사회 역량 평가 지표다.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다양성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현한 도표로 이사회 지원 계획 수립, 운영 효율 제고 등의 관점에서 효익을 지닌 제반 장치로 평가된다. 현재 SK 그룹과 한화 그룹, 효성 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BSM 모델은 거버넌스 측면의 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올 3월 이사회에서 확정한 내용으로 관련 내용은 향후 공시 항목에 갱신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밖에도 현재 ESG 주요 이슈를 선별하기 위한 ESG 중대성 평가(Materiality Test)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내·외부 이해 관계자와 산업, 학계 등의 제3자 의견을 두루 청취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신설·감사 교체 통한 '경영 모니터링' 강화…내부거래 비중 19%

경영 활동 모니터링 강화 목적의 시도들도 감지된다. 관련해 세아홀딩스 측은 그룹 전반의 경영 감시 기구인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예시로 꼽았다. 그룹 내부 거래에 대한 객관적 검토를 위해 이를 신규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세아 그룹은 현재 타 대기업집단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간 거래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 편이다. 최근 BNK투자증권이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세아 그룹의 전체 매출 대비 내부거래(국내+국외 계열사) 비중은 19.6%로 나타났다. 이는 지주사 전환 대기업집단 중 상위 11위다.


올해 신규 상근 감사 선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세아홀딩스는 당년도 정기 주총을 통해 이희환 전 한영회계법인 부대표를 상근 감사로 선임했다. 기존에 신용인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를 상근 감사로 두고 있었으나 장기 재직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해 신규 감사를 선임했다. 업무 감사 책임자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 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법 상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제한돼 있는 것과 달리 현재 상근 감사 임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세아홀딩스 측은 내부적으로 상근 감사인의 장기 재직에 따른 감사 독립성 훼손 우려를 미흡한 ESG 등급 평가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세아홀딩스 ESG 등급은 B+로 지배구조(G) 점수가 타 항목 대비 다소 낮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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