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세계그룹에는 그룹 경영의 전반을 살피는 조직이 있다. 바로 전략실이다. 계열사들의 경영과 사업, 재무 등을 조율하는 곳으로 신세계와 이마트가 주축이다. 그룹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인 만큼 전현직 재무수장 중에는 전략실을 거친 인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략실 출신 재무 임원 등은 그룹을 떠나더라도 타 법인의 고위직에 오르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로 중견 유통기업 또는 식품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 중인 게 특징이다.
◇그룹 전략실 '경영 서포터' 30년
신세계그룹의 전략실의 역사는 길다. 조직이 만들어진 시기는 지난 1993년으로 약 30년 동안 그룹 경영의 조율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직의 명칭은 경영지원실과 경영전략실을 거쳐 현재는 전략실로 불리고 있다.
전략실 산하에는 재무본부와 지원본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재무본부가 관리와 재무 등을 담당한다면 지원본부는 인사와 총무 등을 책임지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독립된 경영 조직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전략실은 사업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는 게 주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와 특정 계열사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경우 이를 통합 또는 협업 등의 시나리오를 분석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신세계그룹의 전략실은 신세계와 이마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두 회사가 백화점과 유통업 등 그룹의 굵직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신세계와 이마트를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함께 맡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략실장은 권혁구 사장이 맡은 가운데 지원본부는 김선호 전무가 책임지고 있다. 그룹의 재무건전성 등을 담당하는 재무본부의 수장은 신동우 상무다. 권 사장 등과 달리 신 상무는 최근 단행된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쓱닷컴 영업본부장에서 현재 자리로 업무가 위촉 변경된 인사다.
신 상무는 과거 전략실 기획팀장(상무보)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197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쳤다. 신세계그룹과는 2012년 경영전략실 전략기획 부장으로 입사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마트 전략본부 기획담당, 전략실 관리총괄,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담당 등을 역임했다.
◇전략실 몸담았던 '장규영·김낙호'
전략실의 업무 특성상 전현직 재무수장들 중에는 관력 조직을 거친 인사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전략실이 1993년부터 운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과거 이력을 모두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신세계그룹을 떠난 인사가 존재한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룹 내 7개 상장사를 기준으로 과거 10년 동안의 이력을 통해 일정 수준은 엿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신세계그룹 내 상장사 중 전략실 출신 재무수장들이 주로 몸담은 계열사는 신세계와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이다. 나머지 계열사에도 전략신 출신 인사들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었지만 2013년부터 현재까지 기준으로 봤을 때는 신세계 등 3곳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이들 중 현직에서 재무총괄을 수행하는 인사는 김낙호 신세계건설 지원본부장 전무와 장규영 이마트 재무담당 상무보다. 이들은 각각 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장과 자금팀에서 역량을 쌓은 인사다.
김 전무의 경우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신세계건설의 재무를 총괄하게 됐다. 직전에는 SCK COMPANY(브랜드 스타벅스)에서 지원본부장을 지냈다. 1970년생으로 1995년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로 입사했다. 이후 전략실에서 관리총괄 관리팀장과 경영진단 팀장(상무) 등을 지내며 기업운영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쓱닷컴 지원담당 상무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지원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장 상무보는 1973년생으로 신세계 경영지원실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자금조달과 회계, IR 등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전략실에서 자금팀 부장(2014)까지 지낸 후 이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마트에서는 재무담당 회계팀장과 자금팀장, IR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1년부터 이마트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을 떠난 전략실 출신 재무 전문가 중 눈에 띄는 인사는 오리온그룹의 박성규 부사장이다. 박 부사장은 1986년 신세계에 입사해 2011년 경영전략실(현 전략실) 재무담당 상무에 올랐다. 이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 재무담당 상무를 거쳐 2015년부터 오리온그룹에 몸담고 있다. 오리온에서 재경부문장 전무로 시작한 그는 현재 오리온 지원본부장과 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장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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