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그룹 차원의 투자계획에서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무거운 역할과 비교해 재무적 여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에 나선 것 역시 조달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다. 재무책임자로 새롭게 부임한 강승협 전무가 자산유동화 전략을 이끌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인사를 통해 이마트 지원본부장 겸 지마켓 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던 강 전무를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 겸 재무담당으로 선임했다.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로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임자인 전상진 전무는 이마트 지원본부장으로 트레이드됐다.
부임 후 강 전무가 중점적으로 다뤄야할 업무 중 하나로 리츠AMC를 통한 자산유동화가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달 12일 리츠AMC 예비인가를 접수한 상태다. 예비인가가 통과될 경우 3개월 안으로 설립인가를 신청해야 하며 절차가 마무리된 후 리츠 운용이 가능해진다.
리츠AMC는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전망이다. 자본금은 최소요건인 70억원으로 시작하며 신세계프라퍼티가 100% 출자한다. 신세계프라퍼티 SF담당인 이정근 상무가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부동산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사무실의 경우 신세계프라퍼티와 같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20층을 쓸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에서 리츠AMC를 만들 것이란 예측은 이전부터 있었다. 2021년 신세계프라퍼티를 중심으로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리츠AMC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뚜렷한 진척없이 무산되기도 했다. 마트 점포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지를 두고 의구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전국에 100여곳의 점포를 보유 중이며 2019년부터 활발히 자산을 팔아 재원을 확보해왔다.
현재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마트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보유자산을 담아 리츠를 꾸리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예비인가 단계라 아직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타필드 고양, 하남, 안성 등의 보유자산과 기타 중소형 빌딩을 리츠 자산으로 고려 중”이라며 “아직 이마트나 신세계 보유 부동산으로 리츠 자산을 확대하겠다는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가 상장 리츠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이마트 보유 부동산을 담은 스폰서 리츠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스폰서 리츠는 SK리츠, 롯데리츠처럼 특정기업의 자산을 대거 담는 리츠를 뜻한다. 이마트가 매년 적극적으로 자산매각을 진행 중인 만큼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 리츠를 유동화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혔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에 11조원을 쓰는데 그 절반 이상이 신세계프라퍼티가 앞장서는 자산개발 몫이다. 그러나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슈로 지적돼 왔다. 모회사 이마트로부터 10년간 1조6000억원 규모를 지원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마트가 지원해 준 금액은 투자규모를 크게 밑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개발을 위한 토지매입과 스타필드수원 증자, 캡스톤펀드 투자 등으로 총 1조6700억원을 지출했으나 이 기간 이마트로부터 들어온 금액은 5950억원에 그친다. 2017년 2억원에 불과했던 연결 총 차입금이 지난해 말 리스부채를 제외하고도 8996억원으로 뛴 배경이다. 리츠AMC를 설립한 이유로 짐작된다.
자산유동화를 포함한 조달 전략은 새 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된 강승협 전무에게 맡겨졌다. 이마트 자산을 리츠로 담을 경우 강 전무가 이마트 재무에 밝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전무는 1995년 ㈜신세계에 입사, 30년 동안 재무라인을 포함해 전략, 지원, 관리담당 등을 두루 섭렵했다. 신세계그룹 전략실과 신세계건설 지원담당, 이마트 관리담당, 재무담당 등을 거쳐 2020년 10월 이마트 지원본부장에 올랐다가 이달 신세계프라퍼티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