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받은 기업어음(CP) 등급을 없앴다.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차입장기화를 진행해 CP를 통한 조달의 필요성이 없어졌단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전 CP 등의 구축효과로 CP 발행금리가 오르며 CP 발행의 메리트가 사라진 게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신세계프라퍼티 뿐 아니라 CP 등급을 반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발행한 CP 만기 상환하자 등급 취소 요청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신세계프라퍼티의 CP 신용등급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30일 신세계프라퍼티의 CP 신용등급을 취소했다. 이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앞서 지난 2021년 처음 CP 등급을 받으며 사모CP와 사모사채를 병행하는 조달전략을 써왔다. 지난해에는 2022년에는 5월 20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1년물 1000억원과 1년6개월물 5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발행한 CP는 지난달 20일 만기를 맞아 모두 상환했다.
이후 곧장 CP등급 취소를 요청했다. 당분간 조달 선택지에서 CP 배제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차입 장기화가 이뤄졌고, 보유예금 등이 충분해 당분간 CP 발행의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비용 등을 고려해 등급을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CP 조달 카드를 배제할 수 있었던 건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지난 6월 처음으로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3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30년물로, 3년 뒤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는 물론 자본도 확충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연말기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코엑스몰 등 점포와 자회사 실적도 크게 개선돼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될 예정”이라며 “신규 사업의 경우 자회사가 에쿼티 투자와 차입을 받아 진행할 예정이라 CP 조달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 1년물 CP, 2년물 회사채와 금리차 미미
그럼에도 CP조달을 했던 발행사가 등급을 없애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혹시 모를 자금 수요에 대비해 빠른 발행을 하기 위해선 등급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종전 등급은 A2+로 높은 수준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이 등급 하향이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의 등급 반납은 이런 사례와도 무관해 보인다. 엔데믹으로 영업이 활성화되며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 신평사들은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수익성 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안정적’ 아웃룩을 이어갔다.
업계에선 신세계프라퍼티가 조달전략에서 CP를 배제한 게 CP발행금리 상승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바라본다. 올 들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시중은행 등이 A1급 CP를 쏟아내며 그 이하 등급의 CP 금리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기준 A2+ 등급의 CP 1년물 민평수익률은 4.90으로 A+ 등급의 2년물 사모사채 민평수익률(4.942)과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P 발행 금리가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른 방식의 조달이 가능한 기업들은 조달전략에서 CP를 배제하는 일이 많아지며 CP 등급 반납 사례도 더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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