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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삼성전자

반도체 소재 국산화 주역 '솔브레인'

②2017년 경영참여 556억 출자, 일본 수출규제 이후 주요 거래처 상위 등극

문누리 기자  2023-09-12 16:05: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삼성전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투자수익보다 사업협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타법인출자 현황 중 주요 투자처들의 출자 목적도 대부분 경영참여다. 출자회사 전체 140곳 중 단순투자는 39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01곳이 전부 경영참여 목적으로 출자한 업체다.

반도체산업이 소재나 부품, 장비업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클러스터 산업인 만큼 경영참여 목적의 지분투자를 통해 협력사와 '혈맹'을 맺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생태계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기술적 협력 등을 이어간다.

특히 2019년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시기다. 당시 일본 수출규제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액체불화수소를 출자 협력사가 생산 성공하면서 공급받게 됐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삼성전자가 투자하기 시작한 솔브레인에서다.


솔브레인은 1994년 국내 펙트(Fect)사가 일본 스텔라 케미파(Stella Chemifa)와 합작해 만든 조인트벤처다. 펙트는 스텔라로부터 불화수소 혼합 솔루션을 도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에 공급해왔다.

솔브레인이 삼성전자 투자를 받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솔브레인에 556억1800만원을 들여 지분 4.8%(83만5000주)를 갖게 됐다. 이후 솔브레인이 2020년 7월 지주사 전환하면서 현재 삼성전자는 솔브레인홀딩스 2.2%(46만2000주), 솔브레인 4.8%(37만3000주)를 들고 있다.


투자 초창기엔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사업 원재료 주요 매입처 리스트에서 솔브레인이 뒷쪽에 있을 정도로 거래규모가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기존엔 솔브레인 대신 동우화인켐과의 거래액이 더 많았다.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원판가공 시 사용하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동우화인켐에서 공급받는 식이었다. 다만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동우화인켐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게 됐다.

대신 그 자리를 대체한 건 솔브레인이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솔브레인은 2020년 충남 공주에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짓고 초고순도 액체 불화수소 양산에 성공했다. 이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원판가공 원재료 주요 매입처로 앞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주요 거래처로 자리매김 하면서 솔브레인 생산능력과 기술력도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솔브레인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0년 4701억원에서 2021년 1조239억원, 2022년 1조909억원으로 급증해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0년 1040억원에서 2021년 1888억원, 2022년 2071억원 등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3㎚ 파운드리(수탁생산) 양산을 시작하면서 솔브레인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해당 공정에 필수적인 식각액을 솔브레인이 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150만평(500㎡) 부지에 170억 달러(약 22조4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짓는 등 생산능력을 대규모로 늘리면서 솔브레인과의 첨단 공정 관련 협력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42%수준이던 일본산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입비중은 지난해 7%대로 급감했다. 올 6월 말 일본이 한국을 4년만에 '화이트리스트'에 복원시키면서 수출규제를 모두 해제했으나 솔브레인이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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