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그룹 내 위상이 다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함께 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력을 양분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기업집단 지배구조 하단에 있다. 서로 다른 궤적을 보인 그룹 성장사가 지배구조에 녹아 있다.
◇롯데지주와 그룹 지배력 양분하는 호텔롯데 호텔롯데는 2017년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국내 계열사의 지주격 계열사였다.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까지 호텔롯데가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했다.
롯데그룹 성장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출자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1948년 과자사업과 골프장·호텔 경영업을 영위하는 롯데(현 일본 롯데홀딩스)를 세워 그룹을 일궜다. 국내에서는 호텔사업을 펼치는 호텔롯데를 지배구조 상단에 뒀다.
호텔롯데 지분은 대부분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지분 19.07% 보유)는 롯데홀딩스다. 광윤사(포장자재 판매), L투자회사 등 특수관계인을 합한 지배력은 100%다.
최다출자자를 따라 올라가면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있다. 다만 롯데홀딩스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건 신동빈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종결지었다. 롯데홀딩스의 롯데종업원지주회, 롯데그룹임원지주회와 관계회사인 롯데스트레터직인베스트먼트, 미도리상사, 패미리, 롯데그린서비스 등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해 과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기업공개(IPO)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2016년 10월 롯데그룹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전환 추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호텔롯데는 2016년 6월 IPO를 중단한 뒤 구체적인 재추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계열사 밑에 있는 호텔신라 호텔신라는 호텔롯데에 비해 대주주 지배력이 낮은 편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7.3%(특별계정 제외)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배력은 17%다. 1999년 유상증자 직후 15.18%였던 대주주 지분을 소폭 늘렸다. 호텔신라는 1991년 상장했다.
호텔신라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삼성물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호텔신라로 이어지는 지분 고리를 형성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사장)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각각 삼성물산 2대주주(지분 6.19% 보유, 발행주식총수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호텔신라는 삼성그룹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설립한 계열사라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한다. 삼성그룹은 1938년 설립한 삼성상회(현 삼성물산)가 뿌리다. 1963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을 인수하고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해 사세를 확장했다. 호텔신라는 1973년 당시 임피어리얼로 설립됐다.
현재의 지배력은 2001년에 굳어졌다. 그 해 삼성증권이 호텔신라 지분 3.1%를 취득하면서 지배력을 늘렸다. 연초 13.77%(특수관계인 포함)였던 최대주주 지분 당해 말 16.94%로 증가했다.
호텔신라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은 없다. 호텔롯데 밑으로는 호텔·면세사업 관련 관계기업, 종속기업만 있다. 호텔신라는 △홍콩 법인(Shilla Travel Retail Hong Kong) 지분 100%(장부금액 689억원), 싱가포르 법인(Shilla Travel Retail) 지분 100%(277억원) △미국 기내면세점 업체(3Sixty Duty Free & More Holdings) 지분 44%(518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