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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하나마이크론은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테스트·패키지(OSAT)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사에 패키지와 테스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있다.
주요 종속회사로는 하나머티리얼즈(지분 32.89%)와 하나마이크론비나(지분 100%)를 두고 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코스닥 상장사로 반도체 식각 공정에 쓰이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견제기능과 구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마이크론 이사회 의장은 이동철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고, 사외이사 추천은 이사회가 맡는 등 이사회 독립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제기능·구성 지표 1점대 기록…사추위 설치 필요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올해 발표된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 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하나마이크론은 255점 만점에 88점을 받았다.
하나마이크론은 6개 지표 중 4개 지표에서 2점 이하 점수를 얻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경영성과 지표도 2.5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지표는 견제기능(1.2점)이다. 별도의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마이크론의 감사업무는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선임된 상근감사가 맡고 있다. 또 이사회 추천을 이사회가 전담하고 있다는 점도 점수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이사회 규모가 작고 이사회 의장을 이동철 대표가 맡고 있는 만큼 구성 지표도 낮은 평가(1.3점)를 받았다. 2024년 반기 기준 하나마이크론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인 김동현 부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사회 독립성을 떨어뜨렸다.
평가개선프로세서 지표는 평균 1.9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가 기재되지 않아 평가개선프로세스 7개 문항 중 5개 문항에서 1점을 받았다. 다만 한국ESG기준원 ESG등급에서는 C등급(2023년 기준)을 획득해 ESG 등급 관련 문항에서는 3점을 획득하며 개선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정보접근성 지표의 경우 평균 2점을 획득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가 없다는 점과 주주환원 정책을 모호하게 작성했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사회의 활동 내역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관련 2개 문항에서 5점과 3점을 획득했다.
◇경영성과 선방…2023년 매출성장률 8.23% 기록 경영성과 지표는 평균 2.5점을 얻었다. 하나마이크론의 이사회 평가 지표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매출성장률 문항에서 모두 5점을 받았다. 특히 2023년 매출성장률은 8.23%를 기록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022년) 대비 44.08% 줄어 영업이익성장률 문항에서 1점을 기록했다.
참여도 지표에서도 평균 2.3점을 받아 타 지표 대비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해 이사회를 45회, 올해 반기 기준 총 19회 개최했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들의 출석 여부를 모호하게 표시했다는 점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의 출석 여부 관련 문항에서 1점을 획득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에서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사진들의 출석 여부를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