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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

'뉴욕' 롯데호텔이 '한국' 유동화시장 찾은 배경은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차입, 구조화대출 잔액만 4600억…실적개선 바탕 차입축소 계획도

이정완 기자  2024-08-20 16:03:08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호텔롯데가 미국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한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인 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2015년 8억5000만달러(당시 9500억원)을 들여 인수를 마쳤다.

하지만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뉴욕팰리스가 국내 유동화 시장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국내 IB(투자은행)가 외화 대출보다 나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면서 구조화 대출 규모를 키웠다. 현재 구조화 대출 잔액만 4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KB증권, 외화 대출보다 나은 유동화 제안

20일 IB업계에 따르면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운영하는 미국법인(Lotte Hotel New York Palace, LLC.)은 최근 특수목적법인(SPC) 뉴스타에비뉴제이차를 통해 1억2000만달러를 조달했다. SPC는 국내 유동화 시장에서 1611억원 규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았다. 이를 달러화로 환전해 미국법인으로 유입되게 했다. 유동화 대출 만기는 1년이다.

롯데호텔뉴욕팰리스는 올해만 네 번째 국내 유동화 시장에서 조달을 택했다. 지난 6월에도 1년 만기로 4200만달러(565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2월에는 엘엔에스밸류제일차, 엠엔와이제오차를 통해 각 3000만달러(422억원), 3000만달러(425억원)씩 마련했다.

이번 뉴스타에비뉴제이차를 통한 구조화 대출은 KB증권이 주관했다. 커버리지 조직에서 유동화 대출 차환 시점에 맞물려 이 같은 구조를 제안했다.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미국법인이지만 현지 금융기관을 통한 조달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는 여건도 아니다.

결국 국내 금융기관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으로부터 외화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증권사에서 더 나은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1억달러 넘는 대규모 조달인 만큼 금리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도 당연히 조달을 지원했다. 롯데호텔뉴욕팰리스는 다른 미국 내 호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호텔홀딩스USA(Lotte Hotel Holdings USA Co., Ltd.)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호텔홀딩스USA 지분 전량을 보유한다. 호텔롯데는 유동화증권 상환이 어려워질 때 SPC에 부족한 자금을 대여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롯데뉴욕팰리스, 코로나19 계기 구조화금융 확대

롯데호텔뉴욕팰리스의 구조화 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롯데호텔뉴욕팰리스는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외 은행권 대출을 주로 활용했다. 2019년 말 기준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억달러, KDB산업은행으로부터 5000만달러, SMBC은행으로부터 8000만달러를 빌려둔 상태였다.

하지만 2020년 12월 SPC인 엔팔레스와 스마트지엠제팔차로부터 각 500억원, 400억원씩 신규로 차입했다. 2020년은 롯데호텔뉴욕팰리스가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한 해 동안 3087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이렇게 시작된 구조화 대출 잔액은 5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직 상환하지 않은 유동화 대출 규모가 4633억원으로 파악된다. 꾸준히 1년 단위로 차입을 연장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실적이 개선되면서 유동화 대출을 줄여나갈 계획을 세웠다. 2021년 1000억원을 넘던 롯데호텔뉴욕팰리스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마이너스(-) 596억원으로 축소됐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업황 악화에 따른 운영 자금 확보 목적으로 차입이 크게 늘어났다"며 "최근 영업실적이 개선돼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부분 상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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