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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호텔롯데 vs 호텔신라

같은 업력에 다른 덩치…원인은 사업전략 차이

①[사업구조]면세사업 위주 매출구조, 자산격차 10조 육박

김형락 기자  2023-08-09 07:38:3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업력이 같은 라이벌이다. 면세사업과 호텔사업이 양대 축인 매출 구조는 비슷하지만 사업 전략은 다르다. 호텔 부문에서 호텔롯데는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는 형태로, 호텔신라는 위탁운영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양사 자산 격차가 10조원 이상으로 벌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최초 타이틀 다수 차지한 호텔신라, 점유율 앞선 호텔롯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둘 다 1973년 설립됐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관광산업 육성·진흥이라는 국가 정책에 부응해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양사 출범 이후 국내 브랜드를 사용하는 특급 호텔이 태동했다.

최초 타이틀은 대부분 호텔신라가 가져갔다. 호텔 개관과 해외 진출은 호텔신라가 빨랐다. 국내 첫 5성 호텔도 호텔신라가 차지했다. 반면 사업 부문별 점유율은 호텔롯데가 앞선다.

호텔신라는 1973년 3월 삼성그룹 호텔사업부로 출발했다. 그 해 5월 임피리얼호텔로 설립된 후 11월 호텔신라로 상호를 바꿨다. 1979년 3월 8일 서울신라호텔 전관을 개관하면서 호텔업을 시작했다.

호텔롯데는 1973년 5월 관광사업을 위한 외국인 투자·차관 계약을 인가받으면서 세워졌다. 1974년 7월 반도호텔을 인수해 이듬해 호텔 공사에 들어갔다. 롯데호텔서울은 서울신라호텔 개관 이틀 뒤인 1979년 3월 10일 문을 열었다.

면세점사업은 호텔롯데가 먼저 움직였다. 호텔롯데는 1980년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개관하면서 면세점 매출을 일으켰다. 호텔신라는 1986년 면세점을 개업하며 면세유통사업에 발을 들였다.


호텔·면세사업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해 수익 구조는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면세사업이 전사 매출 과반을 차지한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각각 2001년과 2008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개장한 이후 이러한 수익 구조가 굳어졌다.

호텔롯데는 매출액 기준 국내 최대 면세사업자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전사 매출(1조1034억원) 가운데 68%(7542억원)를 면세사업부가 책임졌다. 나머지 24%(2642억원)는 호텔사업부, 8%(850억원)는 월드사업부(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등 운영)에서 발생했다.

호텔신라는 매출 규모가 호텔롯데보다 적다. 호텔신라의 지난 1분기 전사 매출은 7521억원이다. 매출 비중은 81%(6106억원)를 TR(Travel Retail, 면세)부문, 나머지 21%(1560억원)를 호텔&레저부문 등이 점유하고 있다.


◇호텔자산 격차 10조 이상, 호텔롯데는 보유·호텔신라는 위탁운영 위주

면세사업은 사업권을 두고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업체별 사업 전략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이와 달리 호텔사업에서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다른 길을 걸었다. 호텔롯데는 해외 호텔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호텔신라는 위탁운영 형태로 호텔사업을 확장했다.

호텔사업이 가진 특성을 고려하면 양사가 추구하는 사업 전략을 보다 상세히 이해할 수 있다. 호텔사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고, 인건·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도 높다. 최소 보장 임차료를 지급하는 임대차 방식 등으로 호텔을 운영하면 초기 투자금 소요를 줄일 수 있다.

호텔롯데는 국내 최대 규모 호텔체인 사업자다. 국내 17개, 해외 12개 호텔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올해 국내외 체인 호텔을 3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호텔을 보유한 덕분에 지난 1분기 말 약 1조2001억원 규모 투자부동산이 재무융통성을 보완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국내에서 서울호텔·제주호텔 2개만 소유해 운영하고 있다. 신라스테이(14곳), 신라모노그램, 거제삼성호텔 등은 임차·위탁운영 중이다. 호텔&레저보다 TR부문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 전략 차이는 자산 구성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말 자산총계는 호텔롯데가 18조5447억원, 호텔신라가 3조483억원이다. 호텔 관련 자산 규모는 호텔롯데(13조5715억원)가 호텔신라(1조5358억원)보다 약 9배 크다. 면세사업 관련 자산은 유사하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 면세부문 자산은 2조1369억원, 호텔신라 TR부문 자산은 2조64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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