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적극성 돋보인 현대퓨처넷 이사회…저PBR 해소는 숙제

255점 만점에 175점…경영성과 항목 저PBR 등 일부 지표 최하점

이돈섭 기자  2024-11-26 16:05:09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퓨처넷 이사회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적극성'이었다.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로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지만 현대퓨처넷은 감사위와 사추위에 더해 각종 소위원회를 자발적으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총 6명에 달하는 이사진은 작년 한 해 이사회 출석률 평균 100%를 기록,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반면 개선이 필요한 영역도 있었다. 사외이사 간 회의가 작년 한 해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과 미등기임원의 평균 급여가 등기임원의 평균 급여보다 지나치게 높아 미등기 오너 임원이 책임을 회피한 채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 등은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 255점 만점에 171점…이사회 참여도 항목 '발군'

THE CFO는 자체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 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현대퓨처넷은 255점 만점에 175점을 획득했다.

1992년 출범한 현대퓨처넷은 디지털 사이니지와 실감 콘텐츠, 기업 매시징 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현대퓨처넷 등으로 지배구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도 직접 현대퓨처넷 지분을 갖고 있다. 산하엔 현대바이오랜드를 두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퓨처넷이 이사회 평가 6개 공통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영역은 참여도 항목이었다. 도합 8개 문항으로 구성된 참여도 항목은 문항 당 만점 5점에 평균 4.5점을 기록했다. 나머지 항목들은 평가개선프로세스(4.1점)와 정보접근성(3.5점), 견제기능(3.4점), 구성(2.8점), 경영성과(2.5점) 순으로 문항 당 평균 점수가 높았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퓨처넷의 개별 기준 자산 규모는 7677억원이다. 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퓨처넷은 자발적으로 감사위와 사추위 등을 설치했을뿐 아니라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 3개의 소위원회를 추가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퓨처넷은 작년 한 해 이사회만 총 7차례 개최한 데다 해당 5개 위원회는 많게는 6차례(감사위·내부거래위), 적게는 1차례(보상위) 열면서 이사 간 활발한 논의를 이어왔다. 현대퓨처넷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의 등기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해당 이사들은 전원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대상 교육도 각각 5차례씩 개최했으며 업무 지원조직도 구축, 타사 대비 탄탄한 이사회 및 감사위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사회 개최 7일 전에는 안건 통지가 이뤄지는 점도 참여도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룹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를 운영한 것이 좋은 평가를 남겼다는 설명이다.

◇ 견제기능과 경영성과 항목은 개선 필요…저PBR 도마 위

평가개선프로세스 문항 평균 점수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항목은 회사가 이사회 활동에 대한 내·외부 평가를 실시한 후 개선안을 마련, 추후 반영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별도 평가 없이 이사회를 운영할 경우 자칫 이사회 운영이 형식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 평가 개선안을 운영에 반영함으로써 이사회 활동을 촉진 필요가 있다.

현대퓨처넷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퓨처넷은 2022년 사외이사 평가 제도를 도입, 매년 사외이사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는 성실성과 경영 및 윤리의식, 리더십 및 주인의식 등 3개 영역에서 세부 활동 내용을 다각도로 실시, 결과는 향후 이사 재선임 결정에 활용한다. 다만 평가 결과를 공시하지 않는 점은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이미지=현대퓨처넷 홈페이지]

정보접근성 항목의 경우 이사회와 개별 이사 활동 내역 공개 수준이 타사 대비 높고 관련 내용 역시 투명하게 공개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미리 공시하지 않아 배당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있다는 점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 점 등이 해당 항목 추가 점수 획득을 가로막았다.

견제기능 항목에서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점과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구축하고 있는 점,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이 호평을 받은 반면 사외이사 간 회의가 지난해 한 번도 개최되지 않는 점과 미등기임원 평균 급여액이 등기임원 평균 급여액의 3배에 달하는 점은 혹평을 받았다.

경영성과 각 문항은 극과 극이었다. 지난해 말 현대퓨처넷 부채비율은 8.7%로 비교대상 KRX300 구성 기업 중 비금융사 277곳 평균치를 웃돌았고 순차입금/EBITDA 역시 마이너스 4.1%로 양호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과 총주주수익률 등 일부 투자지표와 자기자본이익률, 총자산이익률 등 일부 경영성과 문항은 최하점을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