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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호텔롯데 vs 호텔신라

호텔사업이 가른 이익 레벨

②[수익성]호텔 고정비 지출 차이, 면세사업 이익률은 비슷

김형락 기자  2023-08-09 17:17: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둘 다 수익성을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했다. 이익 규모는 호텔롯데가, 질은 호텔신라가 앞선다. 실적개선 과제도 다르다. 호텔롯데는 호텔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호텔신라는 면세사업에서 비용 절감을 이뤄내야 한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전사 실적이 2019년 1분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호텔롯데는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만족해야 했다. 호텔신라는 호텔롯데보다 먼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익 규모와 질을 100% 회복하진 못했다.


양사는 코로나 이전까지 수익성 추이가 비슷했다.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실적을 좌우했다. 2014년까지 국내 면세산업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19년 호황도 같이 누렸다. 그 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전사 영업이익률은 각각 4%(영업이익 3183억원), 5%(2959억원)였다. 당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영업이익률은 6%, 호텔신라의 TR(Travel Retail, 면세)부문 영업이익률은 5%였다.

코로나 초기 대처도 대동소이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2020년 4월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들자 그 해 3월에 획득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양사 수익성이 달라진 것은 2021년부터다.

◇호텔신라, 면세·호텔사업 실적 상호 보완 효과

호텔신라는 코로나 기간 호텔롯데보다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했다. 2021년 전사 영업이익 118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올 상반기(1018억원)까지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TR부문이 실적 회복을 주도했다. 2021년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구매가 늘어난 시내면세점을 중심으로 매출을 개선하고 공항면세점 변동 임차료 적용에 따른 고정비 완화 등 비용 절감도 병행했다. 그 해 TR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3조3497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12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경쟁사와 다른 전략을 폈다. 면세업체들이 손익 방어를 우선하는 상황에서 호텔신라는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TR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조333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성까지 챙기지는 못했다. TR부문 수요 기반인 따이공 비중과 수수료율이 증가하며 고객 유치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텔신라 영업비용 증가분(1조1833억원) 가운데 75%(8991억원)가 알선수수료였다. 그 해 TR부문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21억원이었다.

TR부문이 부진할 때 호텔사업의 이익기여도가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 후 투숙률과 객단가가 올라가고 행사·웨딩 수요가 늘면서 호텔&레저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그 해 호텔신라의 호텔&레저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6546억원, 영업이익은 6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였다.

올 1분기 호텔신라의 전사 영업이익률은 5%다. TR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233억원, 호텔&레저부문 영업익은 290% 증가한 94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잠정 실적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3년 전 수준인 6%(영업이익 1018억원)를 달성했다.

◇호텔롯데, 호텔사업 흑자전환·면세점 매출 공백 만회해야

호텔롯데는 올 1분기 들어서야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뤘다. 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357억원으로 호텔신라(345억원)보다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3%로 호텔신라(5%)보다 낮다.

면세사업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실적을 회복했다. 지난 1분기 면세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58억원, 영업이익률은 5%였다. 면세사업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 입찰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호텔롯데는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공사 DF1(매장 17개), DF2(매장 16개) 사업권 입찰에서 탈락했다. 해당 사업권은 신세계와 신라가 가져갔다. 지난 7월부터 향후 10년간 면세점 사업권이 주어졌다.

호텔롯데는 22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철수했다. 실적 공백은 시내면세점, 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통해 만회할 계획이다. 면세사업부 매출 중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비중은 10%를 밑도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호텔사업부도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관광 수요 증가에 힘입어 흑자 전환(영업이익 179억원)을 달성했지만, 올 1분기에는 영업손실(-173억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는 호텔을 직접 보유·운영해 고정비 부담이 호텔신라보다 큰 편이다.


지난 1분기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 매출은 2642억원이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의 호텔&레저부문 매출(1560억원)보다 크다. 해당 기간 감가상각비 등 비용 규모는 호텔롯데 호텔사업부가 488억원, 호텔신라의 호텔&레저부문은 118억원이었다.

호텔롯데는 호텔사업부의 전략적 방향성을 글로벌 체인호텔으로 잡았다. 지역 비중을 다변화해 성장을 도모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총 29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국내외 체인호텔을 3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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