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선관주의 의무 내지 감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 이 부분 계약은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하고, 나아가 피고2(현정은)를 정점으로 한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현대상선에 대한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할 목적에서 체결된 파생상품 계약이다.
(2) 이 부분 계약은 만기 시 현대상선 주가가 계약 체결 시보다 하락하면 그로 인한 손실을 모두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담하는 구조이고, 수수료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에 비해 과다한 액수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여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나 이사들은 만기 시 현대상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 이에 대한 관리 방안 등에 관해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검토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나 이사들은 해운업 경기나 현대상선 주가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자료는 외면한 채 현대상선의 장래 현금흐름이 낙관적임을 전제로 현대엘리베이터가 평소 파생상품 계약의 가치를 평가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추정 방법에 따라 만기 시 주가가 계약 체결 시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 부분 계약 체결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3)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은 현대그룹의 의사결정에 따라 행사돼왔으므로 이 부분 계약을 통해 기존 경영권 행사가 유지된다는 사정만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게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부분 계약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보유한 지분 비율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장부에 반영하던 지분법 손익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 계약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지, 보유 지분 처분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 아니다. 이 부분 계약을 통한 추가적 의결권 확보는 계약 만기까지 한정된 기간만 유지될 뿐이며,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약 상대방의 현대상선 주식 처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 계약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는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들이 내세우는 현대그룹의 계열회사로서 브랜드 가치 등의 이익은 구체적·객관적이지 않고,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들이 피고2 등 지배주주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경영권이 상실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종래의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조사하고 검토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결국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부분 계약을 통해 현대상선에 대한 의결권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나 이사들이 이러한 계약 체결의 이익이나 필요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다.
(4) 피고2는 이 부분 계약 체결 무렵 현대그룹의 회장이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현대상선의 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었던 사람이다. 해운업 경기 전망, 현대상선의 재무상황·주가 추이 등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의 임원들로부터 계약 체결을 위한 보고를 받고, 안건 자료들을 제출받았다. 이 계약들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입을 위험성이 있음에도 다른 이사들이 이에 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반면, 자신은 그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현대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부분 계약 중 넥스젠캐피탈과의 2011년 3월 31일자 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나머지 계약들에 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거나 계약 체결을 방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