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A급 발행사 유동성 점검

현대엘리베이터, 차입금·이자를 통제하라

②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 터치…올 실적은 긍정적, 재무 변수관리 관건

이경주 기자  2023-04-10 16:03:16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와 일부 대기업까지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심은 악화됐다. 그 와중에 올 실적은 불투명하다. THE CFO는 A급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녹록치 않은 자본시장환경에서 공모채 발행을 택했다. 특히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트리거)을 터치한 상황이다.

투심 확보를 위해 올 실적과 재무 방향성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 불안감을 해소해야한다. 다행인 것은 신용평가사들이 올 실적에 대해선 '회복'에 무게를 두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재무적측면에서 트리거 요인들인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통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기평·나신평 기준 모두 터치…급증한 ‘차입’ 탓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5일 현대엘리베이터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본평가 보고서를 냈다. 한기평은 A+(안정적), 나신평은 A0(안정적)이다. 정기가 아닌 본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공모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중순 최대 17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실적 결산을 마무한 시점인데 공교롭게도 최신 지표가 양 신평사의 하향트리거를 모두 터치한 상황이다. 한기평은 일부 기준만 터치했다.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가 0.5배 초과하고 △차입금의존도가 27.5% 상회하는 때가 하향트리거다. ‘순차입금/EBITDA’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배로 기준(0.5배)보다 2.8%포인트 높아 트리거를 터치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3%로 기준(27.5%)을 하회한다.


나신평은 모든 기준을 터치했다. △EBITDA/금융비용가 3배 미만이고, 총차입금/EBITDA는 5배를 상회하는 때다. 지난해 말 기준 EBITDA/금융비용는 2.9배로 기준(3배)을 0.1배포인트 차이로 터치했고, 총차입금/EBITDA는 8.2배로 기준(5배)보다 3.2배 포인트 높다.

해당트리거들은 정량적인 평가요소들로 트리거를 터치한다고 신평사들이 바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지는 않는다.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정성적인 요인들까지 종합해 평가한다.

지난해 실적악화와 비경상적 투자부담이 겹친 것이 원인이다. 현금이 부족해져 차입금을 단기에 크게 늘리면서 트리거를 터치하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제조사다. 엘리베이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강판(Steel Plate) 가격이 치솟아 수익성이 악화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전년(1290억원)에 비해 66.7% 감소했다.

현금측면에서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지난해 마이너스 135억원으로 전년(1343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충주 신공장 투자로 자본적지출(CAPEX)이 1087억원 발생했고, 배당으로도 330억원을 썼다. 이탓에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이 -1552억원이 됐는데, 투자부동산매입으로 현금 1004억원이 더 나갔다.

현금 2500억원 가량이 부족했고 차입을 통해 부족분을 메웠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2786억원으로 전년말(672억원) 대비 2114억원 늘었다.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6135억원에서 6933억원으로 798억원 증가했다.

◇판가인상 효과 기대…투자비 통제 중요

다행히 한기평과 나신평은 올 실적전망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판가인상으로 작년 말부터 수익성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올해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219억원,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6.3%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2%)의 3배 수준이다.

트리거에 영향을 주는 EBITDA는 올해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한기평은 보고서에 “판가인상과 원재료 선확보 효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는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차입까지 줄이면 하향트리거를 벗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 다만 올해도 비경상투자를 일부 지속해 눈에 띄는 감축은 어려울 전망이다. 충주 신공장에 엘리베이터 성능을 실험하는 테스트타워도 건설 중인데 올해까지 이어진다. 한기평은 이를 감안해 올 예상 CAPEX를 800억원대로 전망했다. 지난해(1087억원)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나신평 트리거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비용도 올해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6933억원인데 1년 내에 만기인 단기성차입금이 4052억원으로 58.7%를 차지하고 있다. 고금리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부채들이다.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8회 공모채(1000억원)가 3년 전 2.545%금리로 발행했던 건이다. 이달 7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5.121%다. 이자율이 두 배로 상승한다. 그나마 공모채로 차환해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사모채나 은행대출은 비용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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