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는 두 달 앞으로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다가왔다. 공모채를 통해 차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투심에 자신감을 가질 환경에 있지는 않다. 우리 경제 불안요인인 건설업을 전방시장으로 두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직접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기도 하다.
◇차환방식 다각도 검토…작년까지 수익성 악화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잔액이 1000억원이다. 2020년 6월 발행한 3년물인 38회차 공모채로 한 건만 존재한다. 올 6월 4일 전액 만기가 돌아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신용등급은 스플릿(신평사가 불일치)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A0(안정적)이다. 올 초부터 자본시장서 진행되고 있는 A급 옥석가리기 대상 범주에 있다.
차입구조 안정화를 위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6933억원이다. 이중 단기성이 4043억원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 말(29.6%) 대비 28.8%포인트 상승했다. 공모채 발행을 통한 차환이 최선책이다. 조달비용(발행금리)이 가장 저렴하면서 만기구조도 장기화 할 수 있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직 대응전략을 명확히 하지는 않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의사결정을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슈로 1~2월보다 조달환경이 악화해 다양한 방식을 저울질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 역시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다각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펀더멘털 방향성이 좋지 못했다. 원가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한데다 대규모 공장신축으로 현금지출을 지속해 재무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1293억원, 영업이익은 43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1조9734억원)은 7.9% 늘었지만 영업이익(1290억원)은 6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6.5%에서 2%로 4.5%포인트 하락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둔 사업자라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봐야하는데 지난해 EBITDA는 845억원으로 전년(1576억원)보다 46.4% 줄었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여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제조원가의 50%가 재료비에서 나오는 구조다. 더불어 재료비의 40%는 강판(Steel Plate)에서 발생한다. 강판 가격은 2020년 말 기준으론 킬로그램(KG)당 675원이었는데 2021년말엔 1290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이어 지난해말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1000원을 형성했다.
재료비의 14%를 차지하는 주물류는 지난해까지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2020년 말엔 KG당 1705원이었지만 2021년 말 2155원, 2022년말엔 2205원이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판가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원재료비가 워낙 크게 뛰어 수익성 악화를 막진 못했다.
◇설비투자로도 1000억 지출…FCF 마이너스로현금흐름도 악화했다. 지난해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마이너스(-) 135억원이다. NCF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투자 등을 제한 수치다. 영업활동을 하며 벌고 쓰면서 최종적으로 남긴 현금을 의미한다. 작년 EBITDA가 줄어든 반면 운전자본투자부담은 늘어 오히려 돈을 쓰며 영업을 한 것이 됐다.
여기에 영업외적인 지출도 겹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0년부터 충주에 첨단시설을 갖춘 신공장을 짓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이 1087억원이었다. 같은해 배당으로도 330억원을 썼다. 이 탓에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은 지난해 -1552억원이 됐다. 부족자금은 차입을 통해 충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6933억원)은 전년말(6135억원)보다 798억원 늘어난 규모다.
올해 실적도 업황측면에서 우호적이진 않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생산과 판매, 설치와 유지보수 사업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1위 사업자다. 그리고 해당 사업 전방시장이 건설업이다. 주요 고객사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이다. 고객사가 건물을 신축해야 현대엘리베이터도 매출이 발생하는데 고금리여파로 건설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자회사 현대아산을 통해 직접 건설업을 영위해 리스크 일부가 내재화 돼 있기도 하다. 현대아산은 본래 남북경협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했지만 양국 교류가 중단된 이후 민간주택 사업 등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매출 2358억원에 영업이익 16억원, 당기순손실 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85%가 건설업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