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KB금융 내 다른 계열사와 달리 은행이나 지주 출신이 대표로 선임된 사례가 거의 없다. 박정림 전 대표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증권업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인물이 대표를 맡아왔다. '맨파워'와 함께 '네트워크'가 중요한 업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현직 대표들의 특별한 공통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찾자면 KB투자증권 시절 대표들은 모두 외부에서 영입됐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대증권과 합병한 2017년 이후로는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KB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다. 역시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증권사, 대표는 모두 외부 영입 KB투자증권의 전신은 한누리투자증권이다. 2008년 KB국민은행이 인수하면서 KB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대표를 살펴보면 김명한 전 대표, 노치용 전 대표, 정회동 전 대표, 전병조 전 대표 등이 있다.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KB투자증권을 통해 증권업에 처음 진출한 만큼 KB금융 내부엔 증권사 대표를 맡을 만한 인물이 없었다. 임직원 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증권사였던 만큼 KB투자증권 내부 인사를 대표로 선임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을 영입하는 게 최선이었다.
초대 대표인 김명한 전 대표는 해외파다. 국내 금융권에선 다소 생소했지만 JP모간, 도이치뱅크 등 굵직굵직한 외국계 회사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 당시는 증권가에서 해외파 선호가 두드러졌던 때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대형 증권사에서 해외에서 유학을 했거나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해외파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대표를 지낸 노치용 전 대표, 정회동 전 대표, 전병조 전 대표는 몸담은 기간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증권업계 출신이다.
노 전 대표의 경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1977년 현대건설을 통해서지만 1997년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KB투자증권 대표로 선임될 당시 증권업 경력은 13년가량으로 그리 짧진 않았다.
정회동 전 대표는 당시 KB투자증권까지 포함해 대표이사만 네 번째일 정도로 잔뼈가 굵은 '증권맨'이다. 전병조 전 대표는 경제 관료 출신이다. 2008년 공직을 떠나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를 맡았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증권업계에 발을 내디뎠지만 NH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쟁쟁한 증권사에서 근무했다.
◇돌고 돌아 2명 모두 내부 출신 통합 KB증권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면서 2017년 출범했다. 당시 국내 20위권이던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업계 '빅3'로 도약했다.
두 증권사의 합병은 국내 증권업의 판도를 바꿨다. 자연스럽게 초대 대표에도 관심이 모였다.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의 선택은 전병조 대표와 윤경은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였다. 당초 증권업 경험이 풍부한 전직 증권사 대표나 KB금융 인사가 초대 수장으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통합 초기인 만큼 두 증권사의 효율적 결합을 위해 각자대표 체제가 선택됐다.
특히 상대적 다수였던 현대증권 출신 임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를 유임시켰고, 경영관리본부장 등 관리직에도 현대증권 출신을 중용했다. 전문분야에 따라 WM 부문과 IB 부문을 나눠맡는 시스템도 이때 도입됐다.
두 사람이 동반 퇴진한 뒤 김성현 대표와 박정림 대표가 새롭게 선임됐다. 투톱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KB증권(KB투자증권 시절 포함)의 첫 KB금융 출신 대표다.
윤종규 회장은 은행계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는 증권업 전문가이되 지주와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을 필요로 했는데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의 투톱 체제가 그 해답이 됐다. 김성현 대표는 내부 출신으로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몸담은 인물이다.
박정림 사장이 퇴임한 후 이홍구 대표가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내부 출신 2명으로만 대표 자리가 채워졌다. 이홍구 대표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모두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증권에서 근무했고 2011년부터 KB투자증권에서 근무했다.
특히 윤종규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양종희 현 회장 역시 증권은 전문가가 해야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던 점이 이 대표의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