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우군으로 등판했다. 향후 현 회장 측에 자금 대여를 한 뒤 보유 지분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과 현대그룹 측은 최근 자금조달을 위한 백기사로 H&Q코리아를 낙점했다. H&Q는 실사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H&Q 측은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현 회장은 올 4월 13일 엠(M)캐피탈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8%, 현대네트워크가 갖고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6%를 담보로 M캐피탈로부터 23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지분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현 회장은 M캐피탈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했다. 남은 돈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배상금을 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쉰들러의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도 차단에 나섰다.
IB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M캐피탈에 자금을 빌린 뒤 추가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M캐피탈에서 10% 이상의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온 탓에 상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 회장과 현대네트워크가 M캐피탈과 맺은 주식담보대출 기간은 올 4월14일부터 올 8월11일로 약 4개월이다.
현 회장 측은 국내 최정상급 PEF 운용사 위주로 투자 의사를 타진했다.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글랜우드프라이빗(PE) 계열 글랜우드크레딧 등 다수의 PEF 운용사가 검토를 진행했다. 일부는 난이도가 높은 딜이라는 점을 고려 투자 검토를 중단하기도 했다.
H&Q가 등판하면서 현 회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H&Q는 국내 1세대 PEF 운용사다. 2020년 10월 5062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3000억원 안팎의 미소진금액(드라이파우더)이 남아 있는 상태라 현대엘리베이터 투자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IB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H&Q에 자금을 받은 뒤 M캐피탈의 단기 대여금을 상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H&Q는 이 과정에서 콜옵션 권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율은 20% 수준이 거론된다. H&Q의 대기업 네트워크 역량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H&Q는 과거 한라그룹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투자하면서 신뢰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