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도료·실리콘 등 사업을 진행 중인 KCC는 이사회 경영에 큰 힘을 쏟는 곳은 아니다. 이사회를 주도하는 인물은 오너 경영인인 정몽진 회장이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다양성 확보에도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이사회 운영 현황은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THE CFO가 자체 툴을 제작해 이사회 운영·활동 등을 평가한 결과 KCC 이사회의 점수는 255점 만점에 122점에 불과했다. 이사회의 참여도를 제외한 모든 평가항목의 평점은 3점(5점 만점) 미만으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경영성과, 미흡한 이사회 운영 현황
'경영성과' 부문의 평가점수가 가장 낮았다. KCC 이사회의 경영성과 평점은 5점 만점에 단 1.4점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 부문에서는 실적지표와 투자지표, 재무건전성 지표 등을 평가한다. KCC의 실적 성장률 및 주가 관련 지표는 비교군인 KRX300 소속 비금융기업의 평균치를 하회했다.
실적과 투자지표가 부진한 것은 대외 경영환경이 KCC에 우호적이지 않은 영향이 크다. 전방 산업인 주택·건설 업황이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가 야심차게 육성 중인 실리콘 사업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영성과를 제외해도 고평점을 받은 평가항목은 없었다. 특히 평가개선 프로세스의 경우 5점 만점에 2.1점에 불과했다. KCC는 이사회에 대한 평가 활동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평가를 시행하지 않으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안 마련에 힘을 쓰고 있지도 않다. 또 사외이사들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에 2.7점인 견제기능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만 참여하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으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및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또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와 경영진 보수간의 연결고리도 없었다.
◇참여도 평점 가장 높지만…
KCC 이사회가 평가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참여도 부문이다. KCC 이사회의 참여도는 5점 만점에 3.3점이다. 보통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점수다. 100%에 달하는 이사진의 출석률이 참여도 부문의 평점을 높인 일등공신이었다. 또 지속가능위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9차례나 열려 활발한 위원회 활동이 이어졌다.
단 전체 이사회는 한 해에 5번만 열려 적정 수준(연간 12회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정기 이사회의 의안과 관련된 자료는 이사진들에게 이사회 개최 2일 전에 제공됐다.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사외이사들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실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교육은 1회에 불과했다.
참여도 다음으로 평점이 높은 항목은 정보접근성이다. 정보접근성의 평점은 2.8점으로 보통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금융감동원 전자공시 및 홈페이지에 게시해 접근성을 높였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사회의 활동내역의 경우 전자공시에는 공시했지만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어 3점이 매겨졌다. 또 이사회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기재해 마찬가지로 3점이 부여됐다.
주주환원정책의 경우 모호하게 명시돼 예측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KCC는 배당정책에 대해 "미래 전략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적정 수준의 차입금 유지 등을 달성 후 경영실적 및 현금흐름 상황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배당을 결정하는 정형화된 재무지표 산출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사실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이사회의 구성에 대한 평가항목의 평점은 2.8점(5.0점)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의 의장-대표이사 독립성과 관련된 문항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너 경영인인 정 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지만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KCC는 이사진의 경력 및 전문성을 관리하기 위한 BSM(Board Skills Matrix)을 만들지 않았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의무설치 대상인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만 운영 중이다. 이사진의 다양성도 충분치 않았다. KCC 이사회 구성원들의 성별은 전원 남성, 연령은 전원 50대 이상으로 쏠려있었다. 국적 역시 전원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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