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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염두' 장승호 전무의 영리한 조달 전략

364일물 CP 적극 활용…공모채 역시 1년물 트랜치 포함

김슬기 기자  2024-06-18 14:46:49
장승호 KB증권 경영기획본부장(CFO·전무)의 자금조달 시계가 빨라졌다. 장 CFO는 2023년 부임 후 공모 회사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올해 회사채와 단기자금 조달의 비중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다.

또한 단기조달의 경우 전단채보다는 CP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364일물의 활용을 확대, 보다 안정적으로 조달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채 1년물 뿐 아니라 CP에서도 364일물의 활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내년 본격적인 금리 하락을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 KB증권, 초단기인 전단채보다 CP 선호 '뚜렷'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7일과 18일 각각 1600억원, 1100억원 규모의 CP 발행을 진행했다. 신용등급은 A1으로 최상위등급이다. 양일에 걸쳐서 발행된 CP의 만기는 내년 6월 16일과 17일로 모두 364일물이다.

KB증권은 올해에만 1조3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이 중 만기가 300일이 넘는 CP 규모는 8700억원으로 67%다. 현재 KB증권의 CP 잔액은 3조700억원이다. KB증권은 전단채 역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으나 현재 남은 잔액은 500억원이다. 발행한도는 3조원이다.


KB증권은 최근 2년새 CP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KB증권 CFO인 장 전무가 부임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그는 1972년생으로 대신증권,KB금융지주를 거쳐 2018년 KB증권에 왔고 2023년 1월부터 경영기획본부를 맡게 됐다. 올해 CFO 2년차를 맞이했다.

KB증권의 2021년말 별도기준 CP 잔액은 0원이었으나 2022년말 1조9200억원, 2023년 3조3800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말 4조원까지 증가했으나 최근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단채 활용은 줄었다. 2021년 전단채 잔액은 5150억원에서 2022년 1조2542억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3750억원이 됐다. 현재는 500억원까지 줄었다.


CP와 전단채의 경우 단기자금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권신고서 제출에서 차이가 있다. CP는 만기 1년 미만에 대해서 제출이 면제되고 전단채는 3개월 이하인 경우에만 신고서 제출이 면제된다. 이 때문에 전단채는 3개월 이하의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활용하고 그 이상일 경우에는 CP를 활용하는게 합리적이다.

2022년에는 가파르게 금리가 인상하는 시기였고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금리 불활실성이 컸던만큼 초단기물인 전단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2023년 이후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CP 활용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조달시장 환경에 맞춰 안정적인 차입을 하기 위해 전단채보다 만기가 긴 CP발행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실제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KB증권의 CP 1년물 금리는 2023년 초만 하더라도 4.8%대였고 올해 초 4.3%대였다. 최근에는 3.72%까지 하락했다. 6개월물(3.7%)과도 금리가 비슷한만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한도 내에서 만기를 최대한 늘리는 편이 유리했던 것이다.

◇ 2022년 공모채 떠났던 KB증권, 2년 연속 1조씩 발행

장 CFO는 CP의 만기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가는 한편 회사채 조달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올해에는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공모채 시장에 나왔고 두 번 모두 만기구조(트랜치)를 1,2,3년물로 나눠서 모집했다. 1월과 4월에 각각 8000억원, 4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조달한 공모채에서 눈에 띄는 점은 1년물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장 CFO가 부임한 2023년 공모채 조달에서는 2년물과 3년물로만 구성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2월과 6월에 공모채로 각각 5400억원, 4600억원 등 총 1조원을 끌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조달 규모를 늘리는 한편 단기물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KB증권은 금리상승기인 2022년에는 공모채 시장을 아예 찾지 않았지만 금리가 안정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2023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찾았다. 그럼에도 만기구조를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은 굳이 금리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하면서 5.25~5.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최대 세 차례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연내 한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내년 한국은행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금리 수준이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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