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는 꿈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과 맞닿아 있다. 야놀자 경영진이 2021년에 '테크올인(Tech All-in)' 비전을 수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밸류에이션을 상향하는 방책으로 '기술 기반 기업'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테크올인 비전에도 명암은 존재했다. 객실 관리 소프트웨어를 위시한 클라우드 부문은 야놀자 연결기준 실적의 20%를 책임지는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집행액 비중이 계속 낮아졌다. 연구개발에 쓴 금액 역시 자산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고 있다.
◇'호텔·외식업' 솔루션 판매, 연결실적 20% 육박야놀자를 창업한 이수진 총괄대표는 2021년 6월에 테크올인 비전을 발표했다. 첨단기술 연구에 특화된 기업으로 도약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았다. 미국 나스닥으로 상장하는 목표를 설정한 만큼 세계적 반열에 오른 '빅테크 기업'들의 성공 모델을 이식하는 의지가 반영됐다.
경영진은 연구개발(R&D) 부문 인력을 전체 임직원의 70% 넘는 수준으로 구성하는 중장기 과업을 제시했다. 2021년 하반기에 300명의 R&D 종사자를 충원하면서 첫 발을 뗐다. 전체 구성원 가운데 40%를 차지했던 개발자 비율은 올해 초 50%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재 확충에만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자회사도 론칭했다.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로 존재하던 싱가포르 법인을 2021년에 '야놀자클라우드'로 바꿨다. 이어 숙박업소와 음식점 운영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된 회사로 재편했다. 본사 입지를 싱가포르로 낙점한 건 소비가 활발한 2030세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취지와 맞닿아 있었다.
2019년 이래 야놀자가 인수한 △가람정보시스템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젠룸스 △산하정보기술 등이 야놀자클라우드 산하 계열사로 편입됐다. 객실 관리 자동화 시스템이나 숙박 예약 플랫폼 개발에 잔뼈가 굵은 업체라는 공통점을 갖췄다.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상용화한 데이블의 지분 역시 야놀자가 인수한 뒤 야놀자클라우드로 넘겼다.
야놀자클라우드를 필두로 계열사들이 선보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기업간거래(B2B)로 판매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솔루션 사용에 따른 구독료를 걷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한번 계약을 맺으면 장기간 유지하는 게 용이한 만큼 실적 변동성을 줄여주는 이점이 뚜렷했다.
클라우드 부문은 야놀자 실적을 보강하는 '효자 사업'으로 등극한 모양새다. 2021년 클라우드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은 337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10.2%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095억원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3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연간 매출의 18.1%를 차지하는 규모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11%→7%' 감소세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세와 맞물려 R&D에 투입하는 자금이 점진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458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는데 2020년 263억원과 견줘보면 2년 만에 74.1% 증가한 금액이다. 다만 매출 대비 R&D 집행액의 비중은 계속 줄었다. △2020년 11.0% △2021년 9.5% △2022년 7.6% 등으로 낮아졌다.
R&D에 쓰는 금액이 수백억원 발생하지만 야놀자는 이를 전액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무형자산으로 전환하지 않은 건 회계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해 기술을 판매할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기술의 경제적 효익을 측정할 수 있어야 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야놀자 사내에서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R&D 그룹'이 연구한 과제 목록을 살피면 대부분이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2년에 수행한 과제 가운데 '내주변 개편' 등은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가까운 숙박업소·점포를 안내하는 기능을 개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야놀자 관계자는 "R&D 금액이 자산 인식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 비용으로 계상한 것"이라며 "사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