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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유동성 점검

계열사 곳간된 인터파크커머스, 1년만에 텅 빈 유동성

[온라인몰]⑯성장 마중물 모두 큐텐그룹으로 유출… 660억 유동성 1년만에 15억으로 감소

최은수 기자  2024-08-08 07:56:38

편집자주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작년 4월 큐텐그룹은 인터파크커머스를 야놀자로부터 인수했다. 쇼핑·도서 온라인몰만으로 기업가치를 2000억원으로 책정받았던 인터파크커머스는 야놀자 품을 떠난 지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그룹 인수 1년만에 인수 당시 600억원이 넘던 현금성자산은 10억원까지 말라버렸다. 제대로 된 사업 전초기지로 쓰이지 않고 철저히 큐텐그룹의 '곳간'으로서만 움직인 결과다.

◇'그래디언트 물적분할'로 본 인터파크커머스의 '실체'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그룹 자회사로 합류한 2024년 3월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냈다. 2023년 야놀자는 인터파크커머스를 매각하기 전에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었다. 때문에 2023년 이전 인터파크커머스의 재무 건전성을 공시 등 공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2023년 매도자인 야놀자와의 직전 거래 그리고 이를 위한 '원조 인터파크' 그래디언트의 물적분할 이벤트에 실마리가 있다. 이를 통해 2021년 매각 후 또 한 번의 분할매각로 큐텐그룹에 합류한 지금의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재무 상태와 유동성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먼저 그래디언트로 사명을 변경한 '원조 인터파크'는 2021년 여행·공연·쇼핑·도서를 포함하는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인터파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같은해 이 지분 70%를 야놀자에 매각했다. 야놀자가 신설법인 인터파크 지분 70%를 사들인 가격은 2940억원, 전자상거래 사업부문 전체 기업가치는 약 4250억원이었다.

야놀자가 2023년 큐텐그룹과 거래할 때는 앞서 확보한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다시 공연·여행 그리고 쇼핑·도서로 나누곤 후자를 팔았다. 쇼핑·도서 사업부문 즉 지금의 인터파크커머스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거래대금은 약 1870억원이었다.

앞서 거래대금엔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를 제외하면 인터파크커머스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야놀자가 2022년 인터파크 쇼핑·도서 사업부문 즉 지금의 인터파크커머스에 570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책정했는데 곧바로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던 게 키워드다.

통상 매각예정자산은 이자부부채를 포함해 기업가치를 깎는 요인을 제외한 항목만을 나타낸다. 더불어 순공정가치와 장부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측정한다. 즉 큐텐그룹이 인수하기 전 인터파크커머스의 자기자본가치는 최소 570억원이란 가정이 성립된다. 큐텐그룹 합류 후 인터파크커머스의 현금성자산이 660억원이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금성자산 660억→15억, 영업도 재무활동도 안됐다

그러나 큐텐그룹이 인수한 후 1년만에 인터파크커머스의 현금잔고는 바닥이 난 것으로 확인된다. 첫 번째 매각과 두 번째 매각 과정에서도 쇼핑과 도서사업을 영위하는 인터파크커머스가 단 번에 몰락할 것이란 징후나 가정은 없었는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 기간 큐텐그룹엔 290억원, 지오시스(현 큐텐테크놀로지)엔 223억원의 대여금이 발생했다. 이 금액을 합치면 500억원이 넘는다. 더불어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거래도 있다. 2023년말까지 둘을 합쳐 약 600억원 매출채권을 인식했다.

문제는 티메프가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들어갈만큼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다. 앞서 대여금 회수는 어렵고 매출채권은 부실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사로의 자금이동(대여 및 매출채권) 후 회수가 되지 않으면서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유동성이 말랐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상황을 고려할 때 도합 1000억원에 달하는 채권과 대여금은 현재로선 허수에 가깝다.


인터파크커머스가 야놀자에서 분리해 매각될 때도 그보다 앞서 그래디언트가 분할 후 '신설법인 인터파크'를 매각할 당시에도 이런 부실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가대상자산에 대한 양도가액이 적절한지를 평가한 외부평가기관은 호연회계법인이었다. 호연회계법인 역시 인터파크 전자상거래부문이 꾸준히 현금흐름을 일으킬 것이라 전망했다.

당시 호연회계법인이 밝힌 2021년 이후 5년 인터파크커머스의 추정현금흐름은 현가할인율을 적용했을 때 약 850억원이었다. 여기에서 큐텐그룹으로의 매각 대상이 아닌 공연·여행 부문의 기여도를 제외하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이 기간 적어도 200억원가량의 현금창출력을 일으킨다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 큐텐그룹으로 합류한 인터파크커머스는 일체의 영업현금흐름이 음수 즉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룹에 합류한 이후부터 쇼핑 도서 사업이 제대로 영위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 앞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인 유동성은 계열사로 흘러들어갔고 영업창출력 또한 음전한 상황이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앞서 큐텐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그룹 자금동원 창구로 활용된 끝에 부실화했고 지금의 유동성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2023년초 660억원이던 인터파크커머스의 현금성자산은 2023년말 약 16억원으로 줄었다.

더벨은 앞서 매출채권 및 계열사 대여금으로 유동성 리스크에 빠진 인터파크커머스와 큐텐 및 위메프 측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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