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입성을 꿈꾸는 야놀자는 상장하기 전까지 밸류에이션 우상향을 이끌어낼 필요성을 인식했다. 한때 10조원까지 평가받았던 기업가치는 경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며 5조원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견인할 묘수로 떠오른 건 '인수전략'이었다. 야놀자는 최근 2년새 인터파크, 데이블, 인소프트 등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4000억원 넘는 자금을 집행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얻으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3000억 투입 인터파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에서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래 미국 나스닥으로 상장하는 구상을 세웠다. 증시에 입성하기 전까지 자사 기업가치를 면밀하게 관리하는 과제가 떠올랐다. 비전펀드 자금을 조달할 당시 책정된 밸류에이션(10조원)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수치가 아님을 시장에 입증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에 투자하는 잣대로 본업이 중장기적으로 유망한지 살피는 경향을 주목했다. 야놀자 경영진은 모바일 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에서 밸류에이션 상향의 답을 찾았다. 2018년에 선보인 '글로벌 여가 플랫폼' 비전을 심화 계승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본업인 '숙박시설 예약'과 시너지를 창출할 만한 회사를 탐색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인터파크가 단연 매력이었다. 항공권부터 여행 상품, 대중문화 공연 등을 예약하는 플랫폼을 갖췄기 때문에 레저 산업과 연계할 여지가 충분했다.
야놀자가 2022년 상반기에 인터파크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2940억원이었다. △공연 △투어 △쇼핑 △도서 등을 포함하는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신설된 법인 인터파크의 지분 70%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인수 직후 야놀자 경영진은 인터파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본업과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한 이커머스, 음반 유통 등을 정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2년 5월에 음악 사업부가 갖고 있던 550억원 규모의 음원 저작인접권을 비욘드뮤직으로 넘겼다.
인터파크를 여행 프로그램·항공권·공연 예약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로 재편하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했다. 같은해 8월에는 대여용 차량 예약 업체 캐플릭스로부터 60억원을 받고 렌터카 사업을 매각했다. 올해 3월에는 싱가포르에 자리잡은 상거래 플랫폼 회사 큐텐에 쇼핑 부문을 처분하면서 1500억원을 확보했다.
◇'400억→2800억' 영업권, 3년새 7배 증가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 역시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품었다. 2021년 하반기에 1000억원을 들여 데이블을 인수한 사례가 돋보였다.
데이블은 이용자의 온라인 이용 데이터를 학습한 뒤 고객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나 광고를 제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회사였다. 야놀자 경영진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호텔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업간거래(B2B) 영역에 특화된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 역시 인수를 발판삼아 야놀자 밸류에이션을 향상하는 전략의 첨병에 섰다. 올해 4월 북미 업체 인소프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830만달러(110억원)를 썼다.
인소프트는 투숙 예약, 객실 제어 등의 기능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다. 야놀자클라우드가 전담하는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사업을 미주 권역의 중소형 숙박업소 시장까지 넓히려는 취지가 함께 반영됐다.
나스닥에 입성하는 밑그림을 그린 2021년 이래 인수전략은 계속 탄력을 받고 있다. 법인을 겨냥해 출자한 금액 추이가 방증한다. 2019년과 2020년만 하더라도 연간 출자액은 100억원대에 그쳤다. 이후 2021년 930억원, 2022년 3467억원 등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무형자산을 구성하는 영업권을 인식한 금액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9년 말 386억원에 불과했던 영업권 장부금액은 2020년 말 492억원, 2021년 말 1322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287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7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