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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아메리칸 드림' 야놀자, 확장 지렛대 '1조 실탄'

①비전펀드 투자금 2년째 보전, '미래 M&A→밸류 향상→나스닥 상장' 구상

박동우 기자  2023-04-12 16:27:19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호텔부터 레저까지, 여가 생활을 둘러싼 모든 정보가 통하는 관문은 '야놀자'다. 한국 최초의 숙박 예약 앱을 선보이며 내수 시장을 호령한 야놀자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실현할 채비에 나섰다. 미국 나스닥에 입성해 에어비앤비에 맞먹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를 세웠다.

증시에 상장할 때까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경영진의 지상과제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성장 전망이 밝은 기업을 찾아 인수하는 배경이다. 계속 확장할 지렛대는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이다. 미래 인수·합병(M&A)에 활용키 위해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받은 투자금을 2년째 보전 중이다.

◇'美 IPO' 밑그림, 외국계 투자자 회수방안 맞물려

'종합 여가 플랫폼'을 지향하는 야놀자의 시작점은 2005년이다. 창업주인 이수진 총괄대표(사진)는 2000년대 숙박시설 종사자들을 겨냥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온·오프라인 연결 플랫폼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수진 대표는 모텔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종잣돈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비자의 숙박업소 예약을 도와주는 웹사이트를 론칭했다. 객실 내부 사진을 게시하고 부대시설, 실내 제품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향상한 노력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는 추세에 발맞춰 2015년에는 앱도 선보였다.

개인(B2C)을 넘어 기업(B2B)으로 수익 창출 대상을 넓히는 승부수도 띄웠다. 2017년부터 호텔을 대상으로 자산관리시스템(PMS)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체크인, 식당 등 부대시설 이용 예약을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PMS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만에 미국 기업 오라클을 뒤쫓는 세계 2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야놀자를 눈여겨본 글로벌 모험자본이 자금 조달 파트너로 활약했다. 2019년 싱가포르 투자청과 미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운영사 부킹홀딩스 등이 1억8000만달러(2360억원)를 집행했다.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가 2조원을 투자해 야놀자 지분 25.1%를 확보했다.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를 사들이는 데 1조원을 쓰고, 나머지 1조원으로 신주를 인수했다.

야놀자는 외국계 투자자의 실탄 회수를 견인할 방안으로 '미국 상장' 시나리오를 점찍었다. 나스닥에 입성한 뒤 주주들이 지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밑그림이 핵심이었다. 전자상거래 분야 유니콘 기업 쿠팡이 뉴욕 증시에 오른 데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사업자 에어비앤비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점이 영향을 끼쳤다.

◇차입금 '장기' 압도적, 예비자금 안정적 관리


상장을 목표로 설정한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전까지 자사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건다. 투자매력이 뚜렷한 신사업을 론칭하고 성장성이 탄탄한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야놀자 역시 기업가치 우상향의 중요성을 인식해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고 여행·항공·공연 예약 플랫폼 업체 인터파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앞으로도 M&A를 실행하는 계획은 유효한 만큼 예비 자금을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야놀자가 축적한 유동성은 9868억원이다. △현금성자산 9034억원 △단기금융상품 734억원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1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2021년 당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에서 조달한 실탄 1조원을 대부분 남겨뒀다.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자금이 존재하지만 보유 현금의 급격한 소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2022년 말 야놀자의 총차입금은 2551억원이다. 상환 만기가 1년을 웃도는 장기성 차입금이 전체 레버리지의 81%(2065억원)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단기성 차입으로 486억원에 불과하다.

자체 여윳돈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진전된 대목도 긍정적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 취득액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의 우상향이 방증한다. 야놀자의 FCF는 2020년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는 982억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 342억원과 견줘보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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