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3년 만에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국내 전자책 시장 점유율 1위 '리디'의 목표는 기업가치 제고다. 지난해 초 싱가포르투자청과 KDB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만 해도 1조6000억원으로 책정된 몸값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리디의 성장성이 과연 과거와 같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리디는 '유니콘' 반열에 올랐을 무렵에 이미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례로 대표적 성장성 지표인 영업수익(매출액) 증가율은 2019년 45%, 2020년 35%, 2021년 19%로 꾸준히 감소했다. 유니콘 타이틀을 획득한 2022년은 19%로 전년과 동일했다. 우하향하던 성장세가 멈춘 건 리디로선 위안거리다.
물론 유니콘이라고 하더라도 성장성 위주의 전략만을 고집할 순 없다. 이익배당이나 상장 등으로 주주들에게 투자금 회수 기회를 줘야 한다. 따라서 대개 시장 지배력을 획득하면 가격 인상 등의 수익성 전략을 펼친다. 수익성 전략으로 선회하면 영업수익 증가율은 감소하는 대신 영업적자 폭이 줄어들거나 영업적자가 흑자로 전환되는 효과를 얻는다.
문제는 리디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사이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020년을 제외하면 영업손익은 모두 적자였고 적자 규모도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2022년만 제외하면 모두 순손실이었고 그 규모도 커졌다. 영업손익이든 당기순손익(영업외이익 포함)이든 오락가락했다.
영업비용 증가율도 영업수익 증가율을 앞질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영업수익은 1150억원에서 2210억원으로 9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1212억원에서 2571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성장을 위해 지속해서 '출혈 전략'을 전개했음에도 성장률은 뒷걸음질한 것이다.
매년 영업비용을 확대함에도 그만큼의 성장성이 나오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리디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의 크기가 예전만큼 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밀리의서재와 같은 경쟁사도 리디가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해법은 전자책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하면서도 새로운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성을 다시 입증하는 것이다. 리디도 이를 인지하고 웹툰 구독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11월 론칭한 '만타'에 대한 해외 시장 반응이 우호적이자, 미국에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현지 법인(Manta USA LLC)을 세웠다.
신사업인 웹툰 구독 플랫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뉴스 매체와 애니메이션 구독 플랫폼, 모바일 게임 유통사 등 자회사 3곳을 매각하거나 청산했다. 매각대금과 지난해 초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때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놨다. 지난해 말 리디의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42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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