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앱으로 내수 시장을 석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쏟았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고 회사를 설립하면서 배달 중개 플랫폼 사업의 확장을 노렸다.
하지만 해외 사업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에서 지난해 150억원 규모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한 건 뼈아픈 대목이다. 일본 자회사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청산했다.
◇플랫폼사업 국외 확장, 김봉진 의장 주력우아한형제들은 2014년에 라인과 힘을 합쳐 조인트벤처(JV) '라인브로스'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의 첫 발을 뗐다. 고급 도시락 배달을 중개하는 앱 '라인와우'를 출시하면서 일본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이 적었던 탓에 사업을 1년여 만에 중단했다.
절치부심한 경영진은 2020년을 전후로 다시 글로벌 시장 개척의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눈여겨봤다. 세계 각국에서 고객과 식당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이 팽창하는 건 필연적이라고 판단했다.
2020년 일본에 법인 '우아브라더스재팬'을 세우고 배달 중개 서비스 '푸드네코'를 론칭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사활을 걸었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소비 성향이 강한 2030세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목이 매력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우아브라더스아시아'를 설립해 외국기업을 타깃으로 지분 투자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우아브라더스아시아는 2019년에 베트남 현지 배달중개 플랫폼 운영사인 비엣남엠엠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사명을 '우아브라더스베트남'으로 고쳤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이래 해외 사업 확장 기조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2021년에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와 합작 업체 '우아DH아시아'를 설립했다. 아시아 권역의 신규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설정했다. 올해 초에는 김봉진 이사회 의장이 우아한형제들 공동대표를 사임한 뒤 우아DH아시아 경영에 주력하는 길을 택했다.
◇동남아 실적부진 지속, '프로모션·인건비' 부담 증대경영진의 분투에도 해외 사업 성과는 녹록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을 대상으로 영업권 손상 검사를 진행했다.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면 그만큼 자산에서 덜어내 비용으로 처리한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우아한형제들은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148억원 인식했다.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생긴 건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의 작년 순손실은 721억원, 포괄손익은 마이너스(-) 75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이래 해마다 적자를 시현했다.
재무 구조 역시 열악하다.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목이 방증한다. 지난해 말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의 자본총계는 -2578억원으로 4년째 마이너스 금액을 이어갔다. 총부채는 2936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552억원)과 견줘보면 5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동남아 실적이 여의치 않은 건 현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취지에서 각종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싱가포르 시장조사기관 모멘텀웍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베트남 법인이 운영하는 '배민' 앱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12%다.
1위 업체 그랩(45%), 2위 회사 쇼피푸드(41%)와 견줘보면 30%가량 격차가 존재한다. 자연스레 할인 혜택 제공 등 프로모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라이더 확충에 따른 인건비 부담 역시 가중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시장 개척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2021년 4월에 우아브라더스재팬은 현지에서 출시한 배달중개 플랫폼 푸드네코의 운영을 중단했다. 우버이츠, 데마에칸 등의 배달 앱이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우아브라더스재팬은 2022년 딜리버리히어로 일본법인에 흡수 합병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