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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다양성, 기업 생존과 성장 위한 전략적 요소”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 “여성 회계사로 전문성과 의사결정 다양성 확보 가능”

김지효 기자  2024-11-13 14:57:36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여성 사외이사 확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그저 ‘의무’로만 여기는 기업이 적지 않다. 별도의 벌칙조항도 두고 있지 않아 이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상장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여성 이사 선임'은 그저 부담스러운 숙제일 뿐일까.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사진)은 더벨과 인터뷰에서 여성 사외이사 확보는 기업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적 요소라는 설명이다.

이영숙 회장은 1993년 공인회계사를 시작해 30년 넘게 회계사로 살고 있다. 2022년 여성공인회계사회 제15회 회장을 맡았고 한 차례 연임해 16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올해부터 독립기념관 감사도 맡고 있다.

◇”다양한 배경의 이사들, 잠재적 리스크와 기회요인 파악 효과적”

이사회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회장은 “이사회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는 건 기업이 공정하고 포용적인 지배구조를 지향한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내는 것”이라며 “다양한 배경의 이사들이 모인 이사회는 의사결정에서 잠재적인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더 잘 식별하고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다양성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전략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성별은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여성 이사 확보는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2020년부터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사업부문은 투자기업의 이사회에 여성이 1명도 없는 경우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있다. 투자은행 사업부문의 경우 고객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이 없으면 IPO를 주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국가에서는 이미 기업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 이사의 비율을 30~40% 유지하도록 하는 여성 이사 할당제를 법제화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별도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특정 성(性)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 부정적 시각도 있다. 남성을 오히려 차별하는 ‘역차별’이라는 시선이다.

이 회장은 이같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특정 성별의 ‘배제’가 아닌 ‘다양성 확보’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산업이나 기존 네트워크가 남성 중심 구성돼있는 기업들의 문화적, 구조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기존의 방식대로는 다양성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관련 정책을 역차별로 보기보다 포괄적 시각과 접근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성 사외이사 진입 쉽지 않아, 후배들 위해 멘토링 등 지원”

회계사는 사외이사로 자주 볼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다. 재무·회계·감사 및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을 통해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필수적인 회계·재무 분야에 기여할 수 있기에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 회장은 “사외이사는 기업 거버넌스와 관련된 법적, 윤리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회계사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이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여성 회계사는 회계사로서 가진 전문성과 이사회의 다양성을 한번에 충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외이사로서 여성회계사는 여성과 회계사라는 장점을 한번에 취할 수 있다”며 “회계전문가로서 분석적 사고, 객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며 여성으로서 이사회 결정에 더 폭넓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법 개정 이후 여성 사외이사에 대해 기업들의 관심은 높지만 아직 여성의 이사회 참여에 대해 소극적인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들이 사외이사 경험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에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 사외이사들이 진입장벽을 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여성공인회계사회를 통해 후배들의 사외이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직 사외이사 멘토링, 역량강화 프로그램,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여성리더십 프로그램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공인회계사회는 1996년 창립해 내년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여성회계사는 6000여명으로 빅펌을 비롯해 중견·중소회계법인, 공공기관, 감사반, 기업, 학계 등 여러 분야에 포진돼있다. 여성공인회계사회는 자체적으로 사외이사 풀도 확보해뒀다. 이 회장은 “여성공인회계사회의 사외이사 풀을 활용하면 여성 회계사가 가진 전문성과 다양성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독립성까지 확보 가능해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숙 회계사 주요 이력

(현)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
(현)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사
(현) 태성회계법인 회계사
(현) 독립기념관 감사
(현)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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