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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HK이노엔이 작년 말 재무 임원을 교체한 이후 본격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코스닥 상장 이후 주주환원 등에 현금을 소진하며 순차입금이 소폭 증가한 상태다. 자금 기획과 조달 업무에 능통한 인력을 물색하는 만큼 앞으로 재무관리 전략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HK이노엔은 지난해 12월 재무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가치경영실을 신설하고 재무실에서 관리하던 IR 업무를 넘겼다. 그 결과 재무실은 재무회계 분야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재무실은 지주회사 한국콜마홀딩스에 속해 있던 김우성 상무대우가 책임지고 있다. 기존 재무실장인 신승옥 상무는 가치경영실장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김 상무 산하 재무실은 현재 자금관리 분야에서 채용 문을 열어두고 있다. 자금 기획과 조달 실무를 경험한 인재를 찾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적 분석을 통해 자금 계획을 수립하고 자금 운용 관련 역량을 요구한다.
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 방향성에서 유동성 관리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HK이노엔은 2021년 8월 기업공개(IPO)로 전환하면서 공모자금으로 3349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유입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으면서 재무안정성을 높였다. 실제로 2020년 말 별도기준 6468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이듬해 2913억원으로 낮아져 재무 부담이 완화됐다.
작년에 다시 순차입금이 소폭 증가한 점은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HK이노엔의 순차입금은 3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가량 늘었다. 현금이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같은 기간 HK이노엔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221억원에서 1434억원으로 35% 줄었다.
지난해 만기일이 도래했던 1500억원 회사채 상환에 현금 500억원을 투입하고 주가 안정을 위해 24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한 점이 현금 감소로 이어졌다. 취득한 자기주식의 경우 지난달 20일 전량 소각한 만큼 향후 유동성 확보 선택지는 좁아졌다.
보유 현금은 줄고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만큼 올해 만기 대응에 분주히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말 별도 기준 장·단기차입금 총액은 2028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1628억원으로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도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는데 보유 현금과 금융기관 차입금을 동원했을 개연성이 있다. 27일 기준 올해 기업어음(CP) 발행 잔량을 늘리거나 신규 회사채를 발행한 이력은 없다.
HK이노엔은 올해 판교 연구소 건립에 약 1000억원 규모 투자가 대기 중이며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개발에도 자금 수요가 꾸준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5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자금 관리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줄인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자본적지출과 R&D 투자를 영업현금으로 충당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HK이노엔의 주력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국내외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연구개발 확대 등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늘었지만 영업이익도 4%가량 증가한 525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