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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실적 주춤' HK이노엔, 묘수는 '케이캡' 핵심은 미국시장

중남미 6개국 품목 허가 획득, 내년 상반기 내 미국 임상 완료 목표

이기욱 기자  2024-09-05 16:21:46
HK이노엔이 주력 상품 '케이캡'(K-Cab)을 통해 해외시장 확장에 나섰다. 최근 컨디션 등 상품 매출의 감소로 해외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이지만 케이캡이 전면에 서며 해외 성과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특히 케이캡의 미국 시장 진출 여부와 그 시기가 해외 사업 성패를 가른다.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까지 케이캡 임상 3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 발 먼저 진출한 경쟁 제품이 아직 완전히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진출 시기에 따라 동등한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캡 출시국 연내 15개국으로 확대…내수 대비 수출 실적 아직 미흡

HK이노엔은 최근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 6개국에서 케이캡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현지 허가 제품명은 '키캡(Ki-CAB)'으로 중남미 수출 파트너사 '카르놋'과 함께 연내 각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HK이노엔은 한국 포함 총 9개국에 케이캡을 판매하고 있다. 2022년 4월 중국을 시작으로 10월 몽골, 11월 필리핀에 출시했고 이듬해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페루 등에도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칠레 시장에도 선을 보였다. 연내 중남미 6개국 출시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케이캡 출시국은 총 15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케이캡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합성 신약이다. 최근 관련 질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 받고 있는 'P-CAB' 계열 약품이다. 케이캡은 국내 P-CAB 계열 약품의 선발 주자로 초기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이미 국내서는 2019년 출시 후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국내 케이캡 매출은 1140억원으로 전년 903억원 대비 26.2%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역시 작년 동기 507억원 대비 72% 늘어난 8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에서는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케이캡 수출액은 18억원으로 작년 동기 25억원 대비 27.2% 줄어들었다. 전체 케이캡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1%에 불과하다.

HK이노엔은 새로 품목허가를 받은 6개국 외에도 중남미 지역 총 18개국에 케이캡을 출시할 방침이다. 브라질을 제외한 17개 국가는 모두 동일한 파트너사 카르놋과 함께 진출하고 브라질 시장은 '유로파마'와 함께 개척한다. 브라질은 2022년 기술수출이 완료됐고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의 경우 파트너사인 카르놋에서 멕시코에 출시한지 7개월만에 멕시코 소화성궤양용제 10위권에 안착했다"며 "올해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경쟁 제품 보퀘즈나, 미국 시장 선점 '아직'…약효 발현 시간 강점

케이캡 해외 사업의 핵심은 미국 시장 진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활발하게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중남미 시장도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큰 시장이지만 미국 시장은 그 두 배인 약 4조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HK이노엔은 2021년 미국 소화기의약품전문회사 'Braintree Laboratories'와 케이캡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부터 미국 시장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미란성 식도염 치료제는 연내, 미란성(점막손상)은 내년 상반기 임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의 경쟁 제품은 보퀘즈나(Voquezna)가 있다. 보퀘즈나는 일본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P-CAB 계열 약물로 미국 자회사 패썸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작년말부터 미국 시장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19만달러, 한화 약 2억5000만원으로 아직 시장 선점 단계로 보기는 힘들다. HK이노엔이 내년 임상 완료 후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캡은 보퀘즈나 대비 빠른 약효 발현 시간 등을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품 매출 부진으로 전체 수출 실적 감소…케이캡 수출 해외사업, 중요 기점

케이캡의 해외 진출 실적은 HK이노엔의 전체 글로벌 사업에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은 최근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컨디션 등 상품 매출의 감소 때문이다.


2021년 353억원이었던 수출 매출은 2022년 550억원까지 늘어났으나 작년 331억원으로 66.3%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49%에서 3.99%로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168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 151억원 대비 소폭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 대비 수출의 비중은 3.99%에서 3.88%로 더욱 줄어들었다.

수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컨디션 매출은 2022년 29억원에서 작년 5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수출 매출이 집계되지 않았다. 기타 제품 및 상품 수출액도 2022년 73억원에서 작년 14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작년 동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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