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영업현금창출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상업화에 도달한 신약 케이캡을 앞세운 전문의약품 사업의 호조에 수액제 신공장까지 가동되면서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낸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HK이노엔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개선한 재무구조를 사업 성과로 유지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채 현금 상환 등의 여파로 보유 현금은 감소한 상태다. 신약 개발과 자본적지출(CAPEX) 투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차입부담을 줄이려면 현금창출력 개선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HK이노엔은 IPO 이후 레버리지와 커버리지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업체다. 상장 직전인 2020년 말(이하 연결기준) 보유 현금은 518억원, 순차입금은 6464억원에 달했다. 총 보유 자산 가운데 부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부채비율은 117%였다.
이는 2020년 씨케이엠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떠안은 차입부담이다. HK이노엔은 2018년 한국콜마 계열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씨케이엠을 모회사로 두게 됐다. 이후 공정거래법에 맞춰 지분 소유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HK이노엔은 씨케이엠을 흡수합병했다. 씨케이엠은 HK이노엔 인수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6000억원을 빌리고 3500억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상태였다.
HK이노엔은 IPO 공모로 3349억원을 마련하고 일부 자금을 인수금융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덕분에 2021년 말 순차입금은 2910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은 59.7%로 낮아졌다. 작년에는 만기 도래했던 1500억원어치 회사채 상환에 현금 530억원가량을 사용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3.6%로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보유 현금이 감소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작년 3분기 말 현금성자산(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314억원으로 2021년 말 2224억원과 비교하면 41%가량 감소했다. 사채 상환과 함께 자기주식 취득(242억원), 배당금 지급(53억원) 등의 지출이 현금 감소로 이어졌다.
총차입금은 감소했지만 차입 구조가 짧아진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9월 말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651억원으로 총차입금 내 비중은 36%를 나타낸다. 2021년 결산 당시 단기차입금 비중 21%와 비교하면 15%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 올해 3월에는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도래한다.
만기 회사채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현금을 동원하기에 부담이 따를 수도 있다. HK이노엔은 판교 연구소 건립에 1000억원 투자가 예정돼 있으며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개발에도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5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상반기에는 최대한 현금을 지켜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할 개연성도 있다.
작년부터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연결기준 HK이노엔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주력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국내외에서 매출을 키우고 있으며 수액 신공장 가동, 숙취해소제 판매 호조 등이 현금창출력 개선에 기여했다. 케이캡은 총 34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19일에는 중국에서 보험의약품에 등재된 만큼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판매도 가능해졌다. 국내외 케이캡 성장세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자본적지출과 R&D 투자를 충당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 성장 등을 통해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는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통해 차입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 만기 돌아오는 회사채의 경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차환발행, 현금상환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