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이 10년 전과 비교해 66% 증가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된 매출액(이하 2021년 기준) 상위 5대 국내 제약사의 시가총액 증감률은 평균 98%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체급을 키운 모습이다.
상위사에는 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제네릭(복제약)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기적으로 존슨앤존슨(J&J), 화이자(Pfizer)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혁신을 찾는 사업 방향성과 달리 IR(Investor Relations)로 대표되는 주주와의 소통 방식에서는 빅파마와 거리가 먼 상황이다. 적지 않은 소액주주를 상대해야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주주들 사이 정보 접근성에 대한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정공시 소극적, 소액주주 정보 접근성 한계20일 기준 제조와 IT,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별 선도기업 상당수는 2022년 잠정 영업실적, 실적 가이던스 등 공정공시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 카카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대부분은 실적 발표를 겸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고 IR 자료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주주에게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을 이끄는 5대 제약사들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2022년 실적과 관련돼 IR 활동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곳이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등 3개사다. 실적 가이던스를 공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만 지난해 영업실적 잠정치를 공시한 상태다. IR을 실시하겠다고 공시를 띄운 곳은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IR인만큼 다양한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성과 진단과 향후 계획을 들어볼 기회를 제공하진 않았다. 대웅제약은 기관투자자 대상 일대일 미팅과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으나 금융감독원에 따로 공시하진 않았다.
특정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IR 특성상 발표 음성이나 영상은 물론 Q&A 내역 모두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사업보고서 제출 이전에 연간 실적 관련 자체 IR 자료를 공개하는 곳도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2곳에 그친다.
유한양행은 분기나 반기 결산 관련된 IR 자료에 한정해 홈페이지에 열어두고 있다. 반면 GC녹십자와 종근당은 경영진 관점으로 작성한 IR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글로벌 빅파마는 실적 발표 겸한 컨퍼런스콜 모두 공개국내 제약사의 경우 소액주주 비중이 적지 않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등 대상을 특정해 IR을 펼칠 경우 정보 접근성에 있어 주주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실제로 제약사 5곳의 최대주주 보유분을 제외하면 기관 등으로 예상되는 지분율이 소액주주를 앞서는 사례는 없다. 작년 9월 말 기준 제약사 5곳의 소액주주 비중은 평균 41%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소액주주 비중을 공개하지 않은 한미약품은 같은 해 6월 말 수치를 반영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비교하면 국내 제약사의 정보 공개 수준은 현저히 낮다. 2021년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빅파마는 △존슨앤존슨 △화이자 △로슈 △애브비 △노바티스 등이다.
이들은 올해 일제히 2022년 실적 발표를 겸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한 곳도 빠짐없이 실적 발표와 관련된 음성이나 영상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화이자는 컨퍼런스콜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글로 옮긴 전문도 함께 보여준다. 존슨앤존슨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일부 개인정보 입력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만 거치면 2022년 실적 발표를 청취하거나 시청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처럼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다만 IR 과정에서는 예상되는 성과 도출 시점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외부에 공개할 경우 추후 타임라인을 지키지 못했을 때 불거질 수 있는 주주들의 불만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