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보수적인 제약 업계 분위기 속에도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꾀하는 제약사다. 최근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렉라자'도 바이오텍으로부터 도입한 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성과로 만들었다.
공동 연구 등 사업 개발 외에도 주목되는 전략은 바로 '투자'다. 그러나 기존 전략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로 '현금화 전략'이다.
최근 2대주주로 있던 에이프릴바이오의 지분 전량을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반면 올해 초부터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주요 자회사의 지분은 확대했다.
◇락업 해제 후 221억 차익 실현, 이사회도 정리 유한양행은 최근 공시를 통해 보유한 에이프릴바이오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총 보유주식 216만주를 주당 1만6280원씩 351억원에 팔았다. 에이프릴바이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9.84%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다.
유한양행은 2020년 11월 에이프릴바이오에 30억원, 이듬해 3월 100억원을 추가로 납입해 2대주주에 올랐다. 2022년 8월에는 난치성 고형암 치료를 위한 융합단백질 신약 후보 물질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 당시에도 보유주식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을 연장하며 우호주주로서 힘을 실었다.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2년간의 공동목적보유확약을 체결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22년 7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출자 목적에도 에이프릴바이오 지분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로 분류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속할 만큼 지분투자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락업이 해제되고 약 4개월 만에 블록딜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주가가 기술수출과 함께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올해 6월 미국 에보뮨과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APB-R3'의 6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투자 금액 대비 3배에 육박하는 221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김 사장은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의 이사회도 떠났다. 다만 진행하던 공동연구는 변함없이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프로젠·에이투젠 주식 추가 매입, 상장 준비 '이뮨온시아' 주목 일부 투자처에 대한 지분을 매도하며 현금화 한 반면 신규투자로는 IPO를 앞둔 바이오텍에 집중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 지분을 매도하기 약 일주일 전 9억원을 들여 프로젠 주식 15만주를 더 샀다. 규모는 미미하지만 지분율이 34.81%에서 35.51%로 0.7%p 확대됐다.
유한양행은 작년 4월 300억원을 투자해 프로젠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전환우선주를 통해 60억원을 투자했다. 7월에는 혁신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포괄적 연구개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코넥스 상장사인 프로젠은 최근 이전상장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신한투자증권과 iM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당뇨와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PG-102'다. 연내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한다.
올해 초에는 50억원을 들여 자회사 에이투젠 주식 6만9638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지분율은 기존 59.5%에서 62.6%로 늘었다. 에이투젠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으로 역시 IPO를 준비 중이다. 기능성유산균 등을 판매해 연간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낸다.
올해 10월 예심을 청구한 자회사 이뮨온시아도 주목된다. 이뮨온시아는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와 51:49 비율로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작년 말 262억원을 투입해 이뮨온시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8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 지분 매도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단순 처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