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제약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관련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2026년 12월까지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원료의약품 생산만으로는 더 높은 성장을 꾀하기 힘든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현재 경보제약의 현금성자산이 30억원 정도에 불과해 대규모 조달이 불가피하다.
◇경쟁력 잃은 합성원료 수출 급감…수익높은 신시장 노크 경보제약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ADC CDMO 사업을 위한 생산 공장 설립을 의결했다.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생산시설 구축을 목표로 총 855억원을 베팅한다.
현 원료의약품 공장이 위치한 충남 아산시 일대에 ADC 신공장을 짓는다. 신축 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경보제약은 이전부터 ADC 생산에 관심을 갖고 CDMO 진출을 예고했다. 지난해 10월 프로티움사이언스와 ADC CDMO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프로티움으로부터 항체를 받아 경보제약이 최종 ADC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의 협업이다.
경보제약은 1987년 원료의약품 공장을 갖춘 후 완제의약품 공장을 더해 원료와 완제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합성원료의약품 1~5공장은 일반계 원료부터 세파계 원료, 주사제 중간체, 항암원료 등을 생산하고 주사 1~2공장에서 세파계 주사제 원료를 만든다. 세파계 주사제와 고형제 원료를 완제로 만드는 완제 공장도 각각 두고 있다.
이번 ADC CDMO 생산설비는 2016년 고활성 2공장을 준공한 지 8년 만에 이뤄진 설비투자라는데 주목된다. 기존 항생제·항암제 원료 생산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경보제약은 2018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긴 이후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이슈로 세파계 항생제 생산이 늘어나는 듯했으나 일반합성의약품 원료 매출 감소를 상쇄하는 정도에 그쳤다.
결정적으로 일본 원료 수출이 쪼그라들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2020년까지 연 500억원에 달했던 일반원료의약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25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은 40억원으로 연간 100억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제조사의 주요 수출국이었지만 중국·인도에서 낮은 가격을 내세운 원료 기업들이 침투하면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일반합성원료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약가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경보제약의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이다.
◇자금조달 필요성 속 유동성 부담…모회사 구원투수 나서나 ADC는 관련 신약 '엔허투'를 기점으로 바이오 업계서 붐이 일어났다. 경보제약은 자체적으로 페이로드와 링커를 개발하는 작업과 함께 CDMO로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ADC 공장 신설을 위해 수백억원의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관련 공장 설립에 투자키로 한 855억원은 경보제약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보제약의 현금성자산은 30억원 남짓이다. 자금조달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608억원에 달하는 매출채권을 빠르게 회수해야 한다. 이를 모두 회수한다고 가정해도 220억원가량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
올들어 잉여현금흐름(FCF), 내부순현금흐름(ICF),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 모두 순유출을 기록해 현금흐름 지표가 좋지 않다. 물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7%, 29% 정도로 안정권이지만 대규모 차입을 받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차입을 하지않고 모회사인 종근당홀딩스에서 지원받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별도기준 종근당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20억원 수준이다.
경보제약 관계자는 "이전부터 ADC CDMO 진출을 준비했고 신공장 신설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조달과 관련된 부분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