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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SK

계열사 감사·등기이사…'겸직'에서 드러나는 영향력

②그룹 내 타 회사 이사회 등재 사례 다수…위상 실감

박기수 기자  2022-11-16 11:08:40

편집자주

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한 기업에서 임원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그 임원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다. 회사의 중대사안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므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임원은 '등기임원'으로서 영향력을 지니고 그만큼 경영에 책임소재도 갖는다.

SK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유는 CFO들의 사내위상이 낮아서라기 보다는 SK그룹 특유의 이사회 구성 탓이다.

SK그룹의 대표 회사들은 대부분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들로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한다. 사내이사의 자리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회장·부회장급 인물들과 각 사업별 대표이사들이 이사회를 채운다. 아무리 CFO라도 최고경영책임자(CEO) 대신 이사회에 등재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 CFO가 이사회에 등재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초 SK이노베이션의 이명영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던 바 있다. 다만 1년 뒤 사임했다.

이사회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SK그룹 CFO들의 사내위상은 '겸직'에서 드러난다. 특히 지주사나 중간지주급 회사의 CFO나 재무 관련 임원들은 관련 회사의 감사나 기타비상무이사,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 SK㈜의 CFO인 이성형 부사장은 총 3곳의 계열사의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있다. SKC와 SK에코플랜트, SK E&S다. 화학 및 소재·건설·에너지 등 SK그룹의 핵심 사업들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 골프장 및 리조트 사업을 하는 SK핀크스의 감사역도 맡고 있다.

통상 감사는 독립성을 가지고 회사의 업무와 재무상태에 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거나 회사 및 자회사에 대해 영업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SK그룹 재무라인의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SK㈜ 재무1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채준식 실장 역시 6곳의 계열사에서 감사역을 맡고 있다. 채 실장은 SK E&S와 SK스페셜티, SK실트론, SK바이오텍, SK임업, 휘찬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이외 SK리츠운용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등재돼있다.

SK이노베이션의 CFO인 김양섭 부사장 역시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감사를 맡고 있다. 김양섭 부사장 산하에서 재무1·2·3담당인 김정수·이우현·이동훈 담당들도 각각 이노베이션 관련 계열사의 감사나 사내이사역을 맡고 있다. 김정수 담당은 SK지오센트릭·SK인천석유화학의 감사와 SK지오센트릭·SK어스온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우현 재무2담당은 SK지오센트릭 감사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동훈 재무3담당은 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SK어스온의 감사역을 맡고 있다.

SK스퀘어의 재무와 투자 영역을 총괄하는 윤풍영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보유 자회사들의 기타비상무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국내에서 총 7곳(△티맵모빌리티 △십일번가 △에프에스케이엘앤에스 △콘텐츠웨이브 △UT LCC △코빗 △우티)의 회사내 이사회에 등재돼있다.

감사역과 이사회 등재를 넘어 타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SKC의 CFO인 최두환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최 부사장은 SKC의 CFO직을 맡으면서 동시에 자회사인 SK텔레시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재무 부서는 각자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업 부서와 달리 회사 전체를 총괄하는 백오피스 부서로 회사와 관련된 계열사들의 경영이나 재무 상황도 파악한다"면서 "여러 계열사들의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감사 역할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룹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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