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지분 취득은 1조원 넘는 거액으로 SK텔레콤에 단기적 재무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천명하는 등 2조원대의 자본적지출(CAPEX)도 여전하며 이와 동시에 강도 높은 주주환원정책도 내놓았다.
한마디로 돈 쓸 일이 많은 상황이지만 SK텔레콤의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소화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대규모 현금유출에 대응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13일 공시를 통해 태광그룹(16.75%)과 미래에셋그룹(8.01%)에서 보유한 지분 24.8%를 전량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총 1조1500억원 규모다. 지분 취득은 내년 5월 14일 이뤄진다. 이로써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99.1%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SK텔레콤의 지분취득 금액은 거의 7년 만의 압도적 규모다. 2018년 11월 SK텔레콤이 ADT캡스 지분 인수에 7037억원(출자액 기준·인수금융 및 FI 출자액 제외) 등을 출자한 게 컸고 이후 해마다 적게는 900억원 규모에서 많게는 4000억원가량의 규모로 지분투자를 했다. 이번 딜은 1조원이 넘는 꽤 큰 금액인 만큼 SK텔레콤의 재무상태에 일정 부분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마다 일정 규모로 발생하는 CAPEX 지출도 있다. 최근 들어 소폭 감소 추세지만 SK텔레콤은 연평균 2100억원대를 통신탑 설립, 통신기기 구매 등에 사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이미 8220억원 정도가 지출됐다.
앞으로도 주파수 입찰 참여와 네트워크 장비 투자로 상용적 현금유출이 예상되는 한편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예정돼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AI 관련 투자 비중을 전체 CAPEX의 12%에서 33%로 약 3배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환원도 빼놓지 않았다. SK텔레콤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결조정 순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한다는 목표을 세웠다. 지난해까지는 주주환원 재원 기준을 별도 실적으로 삼았으나 올해부터는 연결 실적 기준으로 바꿔 자회사들의 성과까지 주주들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합쳐 1조원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준 바 있다.
빠듯하게 돌아가는 곳간이지만 이 가운데 거액의 지분 인수를 받아들인 것은 SK텔레콤의 안정적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이다.
SK텔레콤은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이 7540억원으로 넉넉하진 않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한 해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이 4조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일련의 많은 계획들이 소화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작년 4조8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올렸으며 올 상반기만해도 2조100억원을 냈다. 무엇보다 SK텔레콤 현금흐름의 장점은 연간 4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바탕으로 한 '꾸준함'에 있다는 것이다. 재무관리를 함에 있어 예측가능성이 좋다.
이에 더해 SK텔레콤은 해당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일부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레버리지비율 여유가 있는 만큼 거액을 굳이 전부 보유현금으로 조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거래 예정일인 내년 5월까지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아 있어 올해 일부 발행, 혹은 내년 상반기 조금 더 많은 규모의 발행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들어 단기 및 장기차입금, 사채 등을 상환하는 한편 회사채 발행을 예년 대비 줄여 부채비율을 관리했다. SK텔레콤 부채비율(개별기준)은 2022년 말 기준 155%%에서 올 상반기 기준 124.7%까지 낮아진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일부 보유 현금을 활용하고 회사채 등 외부 조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