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에 대해 출범 이후 출자 사례가 없다. 최근 SK케미칼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SK디스커버리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급격히 줄었지만 자금 지원은 없었다.
이는 SK케미칼이 2021년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하면서 연결 기준으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당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SK케미칼 현금창출력 약화에도…자금지원 부담 적어 SK디스커버리의 전신은 SK케미칼이다. 2017년 12월 SK케미칼에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SK케미칼을 신설하고 투자부문은 남겨 지주사로 탈바꿈시킨 곳이 현재의 SK디스커버리다. SK디스커버리는 2021년 435억원, 2022년 1002억원 등 합산 1437억원을 들여 SK케미칼에 대한 지분율을 40.90%까지 늘렸다.
SK케미칼은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면서 SK디스커버리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SK케미칼이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SK디스커버리에 지급한 합산 배당금은 444억원이다.
SK디스커버리는 애초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활발한 지주사는 아니다. 지배력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등 구주 취득을 제외하고 지주사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자회사에 대한 출자 사례는 프롭티어(옛 한국거래소시스템즈) 합산 250억원과 SK플라즈마 합산 735억원 정도다. 그럼에도 주요 자회사로 꼽히는 SK케미칼에 대한 출자 사례는 없었다. SK케미칼에 제공한 대여금이나 지급보증도 없다.
SK케미칼의 현금창출력이 항상 우수한 것은 아니었다. SK케미칼의 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한때 6481억원으로 치솟았다. 주요 제품인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와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호조 덕분이었다.
하지만 2022년 3219억원, 지난해 1962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617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2022년(지급일 기준) 209억원이었던 SK디스커버리에 지급한 SK케미칼의 배당금이 지난해 106억원, 올해 상반기 18억원으로 줄어드는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이 적다. SK케미칼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됐더라도 지난해까지 당기순이익 흑자를 꾸준히 달성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혜택을 현재까지 보고 있는 이유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 IPO 수혜…순현금 상태 유지 포석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은 2021년 3월이다. 신주모집(1530만주)과 SK케미칼 보유 구주매출(765만주)을 병행했으며 공모가액이 밴드 상단인 6만5000원으로 결정되면서 SK케미칼은 연결 기준 1조4918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당시 유입된 공모자금은 SK케미칼의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현금성자산이 2020년말 4267억원에서 2021년말 2조49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순차입금이 이 기간 플러스(+) 2819억원에서 마이너스(-) 1조5630억원으로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도 121.1%에서 54.1%로 수직 하락했다.
이후 SK케미칼은 현금창출력 저하와 자본적지출(CAPEX) 부담 등이 겹치면서 재무건전성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때보다 다소 저하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말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이 1조5517억원으로 다시 늘면서 부채비율도 70.1%로 다시 상승했다.
그럼에도 SK디스커버리로부터 자금 지원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총차입금이 다시 늘었지만 현금성자산이 여전히 1조6816억원에 이르러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순차입금은 -1299억원까지 축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