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SK그룹의 지주사 SK㈜는 사업지주회사면서도 투자 전문 회사를 지향한다. 유망한 직군에 있는 기업에 대해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SK㈜만의 경영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SK㈜는 자회사 관리와 동시에 그룹 미래 먹거리를 위해 현금을 투입하는 주체다. 자연스럽게 지주사에는 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영향력 큰 인물들이 배치돼있다. 단적으로 SK㈜의 이사회에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있다.
SK㈜ CFO들의 공통점은 재직 후 CFO의 영역을 넘어 계열사 CEO를 맡거나 그룹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CFO였던 조 의장은 2007년 SK그룹으로 영입돼 지주사의 사업지원부문장과 재무팀장을 역임했다. CFO 역할을 마친 후인 2013년에는 SK㈜의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이듬해에는 단독대표이사가 됐고 2017년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조대식 의장의 뒤를 이은 지주사 재무팀장은 현 SK에너지 대표이사인 조경목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주사 금융팀장과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을 맡다가 지주사의 재무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2018년 SK에너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세 인물들은 조 의장이 SK그룹으로 온 이후 줄곧 함께했다. 조 의장이 재무부문장이었을 당시 조경목 사장과 이성형 부사장은 모두 재무팀 임원으로 조 의장의 직속 후배였다. 조 의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하고 조경목 사장이 조 의장의 자리를 맡았던 2014년 말에는 이성형 부사장이 재무1실장이었다.
세 인물이 모두 지주사 CFO로 선임되기 전 재무1실장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SK㈜의 CFO 산하에는 지주사 및 그룹 전체적인 재무 상황을 관리하는 재무1실과 세무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2실이 있다. 재무1실장의 경우 지주사 재무실장 외에도 계열사의 감사 업무를 겸하기도 한다.
이성형 CFO 체제에서 현 재무1실장은 채준식 실장이다. 채 실장은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감사를 겸하고 있다. 현재 채 실장은 SK E&S, SK스페셜티, SK실트론, SK바이오텍, SK임업 등 감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의 재무 인물들은 계열사 혹은 그룹 경영을 이끌 수 있는 리더 자질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