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한 보험사는 원수보험사 10곳에 재보험사 코리안리를 더해 모두 11곳이다. 이들 중 미래에셋생명,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3곳을 제외한 8개사는 2023년 결산배당을 통해 이익을 주주에 환원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생·손보를 가리지 않고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증가했다. 그러나 배당 온도계는 전년보다 차가울 것으로 전망된다. 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인해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가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배당기준일 안내 보험사 단 5곳…한화손보도 실시 여부 불확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4년 결산배당의 기준일과 관련한 내용을 공시한 상장 보험사는 현재까지 삼성생명, 삼섬화재, DB손보, 한화손보, 코리안리 등 5곳이다. 이들 중 삼성생명만이 2024년 12월31일로 기준일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4곳은 오는 2025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배당 권리주주명부를 확정하겠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상장 보험사들은 대부분 2023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배당기준일을 기존의 결산연도 연말에서 이듬해 정기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수정했다. 연간 실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이른바 ‘깜깜이 배당’을 없애겠다는 차원에서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와 DB손보, 한화손보, 코리안리 등 4곳은 자율공시를 통해 주주총회를 전후로 배당 실시 여부와 기준일 등을 확정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삼성생명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방식대로 배당기준일을 확정했다.
2023년 결산배당을 실시한 보험사들 중 아직 지난해 결산배당 기준일과 관련한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곳은 현대해상,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3곳이다. 보험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3곳의 경우 배당가능이익의 확보가 어려워 현실적으로 배당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이들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현대해상이 1조464억원, 한화생명이 5846억원, 동양생명이 265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현대해상이 33.1%, 한화생명이 1.2%, 동양생명이 22.2%씩 각각 증가했다.
문제는 법정 준비금 적립의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한화생명은 1조1712억원, 동양생명은 3309억원씩 적립 예정 준비금이 남았다. 이를 반영하면 이들의 조정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 가 된다.
심지어 배당기준일 관련 내용을 공시한 보험사들 중 한화손보 역시 적립 예정 준비금을 고려한 조정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배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립 예정 준비금의 상세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현대해상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효성 부족한 제도 지원…작년 배당 미실시 보험사의 재개 여부도 불투명 법정 준비금 가운데서도 보험사에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항목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유 계약의 일괄해지 시 계약자에 지급해야 할 환급금(해약환급금)의 부족분을 쌓는 것으로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적립 제도가 시행됐다. 이익잉여금에 포함되지만 배당에 활용할 수는 없다.
당국은 재무건전성이 우량한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법정 기준의 80%만 적립하도록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다만 작년 결산배당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들은 우량한 재무건전성의 기준으로 제시된 연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을 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상장 보험사 11곳 중 2023년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미래에셋생명,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3곳이다. 이들 가운데 미래에셋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은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적립 예정 준비금을 고려한 조정순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무르는 만큼 배당 재개는 쉽지 않다고 평가된다.
흥국화재는 적립 예정 준비금을 반영한 조정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00억원가량으로 배당을 실시할 여력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급여력제도상 위험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적용 중이라는 점, 이전 6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2024년 결산배당 실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말 결산의 시기가 도래한 만큼 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추가적인 제도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2024년 결산배당 실시가 확실시되는 보험사는 삼성 보험 2사와 DB손보, 코리안리 등 4개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