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대표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자산총계 기준 국내 보험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생명이 최대주주인 삼성화재까지 포함하면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약 300조원의 운용자산을 토대로 생·손보업권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CEO 레벨에선 인사 교류를 예전부터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엔 이 관행을 CFO로까지 확대했다. 삼성화재가 IFRS17 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눈부신 수익 성장세를 보이고 생·손보업계 권역이 점차 흐릿해지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조처다. 화재 출신의 이완삼 부사장(
사진)이 CFO에 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전천후 인물' 평가받는 이완삼 CFO 이완삼 부사장은 1968년생이다.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삼성금융인이었다. 2018년 개인영업팀장을 지냈고 2019년 경영지원팀장으로 선임되며 상무로 승진했다. 임원 승진 전엔 경영관리 파트에서 오래 근속했다.
2022년엔 현장 조직과 접점이 있는 영업컨설팅팀장(상무)을 거쳐 2022년 말 삼성생명에 보험운영실장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커리어는 재무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개인영업지원팀장과 영업컨설팀팀장 등을 거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부사장을 아는 삼성 내부 인사들은 그를 합리적이며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더불어 그를 전속·비전속 영업 채널을 포함해 영업 현장을 모두 경험한 드문 인사로 꼽는다. 세부적으로 영업지원을 포함해 보험영업수수료와도 관련이 있는 경영관리직군을 거쳤다. 전사적인 재무 감각에 현장을 아는 '전천후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삼성생명은 이 부사장의 전임자인 이주경 부사장부터 현장 영업 경력을 두텁게 쌓은 인물을 CFO로 세우는 인사 코드를 확립했다. 이 신임 CFO 역시 이런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경영지원 업무 수행 경험은 물론이고 영업과 전략 등에도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사장은 2023년 인사 교류를 통해 삼성생명으로 이동한 뒤엔 비전속 채널까지 겪었다. 통상 보험사 영업 채널은 자사 내 영업조직인 전속채널, 자회사형 대리점을 포함한 보험대리점(GA) 등 비전속 채널로 나뉜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보험사는 보험상품제조전문 역량을 키우고 있고 영업은 점차 전속채널에서 비전속채널로 이동하는 구조다. 보통 보험업계 재직경력이 길다 해도 직군의 차이로 인해 전속과 비전속 두 채널을 모두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점차 흐려지는 업권 장벽, 그에 맞춘 C레벨 교류 CFO로까지 확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인사 교류를 이어오고 있지만 양사를 모두 경험한 CFO를 선임하는 것은 사례 자체가 드물다. 더불어 이 부사장은 삼성화재 출신인데 삼성생명 재직 기간이 짧은 인물이 CFO로 중용됐다. 이 부사장의 전임 CFO였던 이주경 부사장은 물론 2023년 말까지 CFO였다가 삼성선물로 영전한 김선 대표 역시 삼성생명에서 줄곧 근무했다.
2020년부터 2년간 CFO를 역임한 유호석 전 부사장은 삼성생명이 아닌 외부 출신이다. 다만 삼성화재 등 보험계열사가 아니라 삼성물산에서 처음 커리어를 쌓았다. 유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장기간 자산운용 및 경영지원 관련 직무를 수행한 뒤 CFO에 올랐다.
CFO 직급에서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인사 교류는 매우 드물지만 CEO 레벨에선 양사 간 교류는 적잖이 있었다. 1998년 12월부터 삼성화재 대표를 역임한 이수창 사장이 2006년 삼성생명 대표로 영전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2020년도 이후부턴 이런 흐름이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졌다. 이수창 전 대표 이후엔 김창수 전 삼성생명 대표, 홍원학 현 삼성생명 대표, 이문화 현 삼성화재 대표 모두 생명과 화재를 오고가며 CEO를 하거나 임원 커리어를 쌓았다.
이 흐름은 사람의 건강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인 '제3보험'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눈독을 들이며 생명·손해보험업권 경계가 흐려진 것과 관련이 있다. 삼성보험가는 업계 트렌드를 일찌감치 파악해 각사 CEO에 생명·손해보험 경험을 두루 쌓은 인사를 배치해 왔다. 그리고 이완삼 CFO를 기점으로 교류 범위를 재무총괄로까지 넓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