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두 업권의 자타공인 1위 보험사이자 삼성 금융부문의 두 기둥이다. 이들은 2024년 각각 새 대표이사 선임을 통해 새로운 체제의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양 사의 첫 해 준비와 그에 따른 성적을 점검하고 내년 예상되는 보험업계 차원의 변화에 대비한 전략도 함께 가늠해 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기업 밸류업 계획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양 사 모두 올해 새 대표이사 선임으로 신체제가 들어선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시장과 공유하는 건 신체제 첫 해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기업 밸류업 계획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주주가치의 제고, 즉 주주환원 정책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치만을 공개한 상태다. 당장 2024년 결산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양 사 모두 올해 주주환원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양 사 모두 자사주보다는 배당에 중점을 둔 주주환원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적 개선 덕분에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법률적 제한이 따르며 삼성의 기업집단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다.
◇밸류업 공시 없었지만…중장기 목표 설정으로 궁금증 일부 해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기업 밸류업지수 편입 여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화재가 9월 첫 종목 선정에서 지수 구성 100개 종목에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삼성생명은 9월은 물론이고 12월의 특별 변경에서도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기만 했다면 지수 편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애초 12월의 특별 변경은 9월 이후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보험 섹터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는 업계 평균보다 낮았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개선 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
삼성생명은 앞서 11월 진행한 2024년 3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올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내년 경영계획 및 향후 성장전략을 수립 중이며 이를 토대로 조만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3~4년 내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주주환원 목표를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내용이 주주환원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보다 하루 앞서 실적발표회를 진행한 삼성화재 역시 같은 내용의 중장기 주주환원 목표를 공개해 밸류업 계획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일부 해소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양 사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없었으며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삼성생명이 35.1%, 삼성화재가 37.4%였다.
◇자사주 활용 주주환원에 법률적 제약…삼성화재는 지분구조 이슈도
올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2조421억원, 삼성화재는 1조8665억원의 연결기준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양 사 모두 전년 동기는 물론이고 지난해 1년치 순이익을 3개 분기 만에 뛰어넘은 호실적이다. 주주환원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사주를 활용하기보다는 배당에 집중하는 주주환원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삼성생명은 앞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주경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자사주 소각시 지분 변동과 이에 따른 연결 자회사 등 여러 검토사안이 있어 밸류업 계획 발표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며 자사주 활용의 부담 요인을 언급한 바 있다.
이달 31일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비율이 5%를 웃도는 상장사는 자사주의 보유 및 처분 과정에서 보유 현황과 목적, 처분 사유 및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과 관련해서도 더욱 꼼꼼한 공시가 요구된다.
삼성생명은 자사주 지분율이 10.21%(2042만5221주)로 이번 개정안의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오너-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중간 고리로 애초부터 지분율 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법률 개정에 따른 부담까지 더해지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의 주주환원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역시 보통주 기준 자사주 지분율이 15.93%(754만6541주)에 이르는 만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다. 다만 삼성화재의 경우는 보험업법상의 제약도 뒤따른다.
현행법상 보험사가 다른 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경우 대상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데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보통주 지분율은 3분기 말 기준 14.98%(709만9088주)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해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이 높아진다면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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