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전무가 경영 승계를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던 한 해다. 사회적 기업 창업 활동을 해왔던 정 전무는 경영수업이 비교적 늦었지만 올해 현대해상에 전무로 입사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직책에 더해 위험관리 주요업무집행책임자로 선임되며 책임경영 면모도 보였다.
다른 보험사 오너 3세들처럼 정 전무 역시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전무는 인터넷은행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렌딧, 트래블월렛 등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유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다만 유력 컨소시엄과의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출범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1년 만에 디지털·브랜딩·위험관리 총괄 임원 됐다 정경선 전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험사의 경영 승계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정 전무는 사회 공헌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2년 사회적 혁신가를 지원하는 기업인 루트임팩트를, 2014년 벤처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를 설립했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건 올해부터다. 지난해 12월 현대해상 입사와 동시에 전무로 선임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CSO 직책을 맡아 디지털전략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및 리스크관리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위험관리 주요업무집행책임자로 선임됐다. 리스크 관리 조직이 CSO 산하로 재편된 데 따른 조치로 홍사경 상무가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서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업무의 최종 결정권은 정 전무가 보유하고 있다. 내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책무구조도 기재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며 자발적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정 전무가 경영 승계에 있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년 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던 보험사 오너 3세들과 달리 비교적 경영 참여가 늦었기에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정 전무뿐 아니라 누나인 정정이씨도 올해 현대해상 자회사인 현대하임자산운용 부대표로 선임됐다. 한편 두 사람이 경영했던 HGI는 올해 현대해상 자회사인 현대씨앤알에 인수됐다.
남매는 현대해상의 지분 일부를 나란히 소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2006년 현대해상 보통주 2만6400주 매입을 시작으로 2021년 13만3500주가량의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현재 정 전무는 지분 0.45%, 정 부대표는 0.38%를 보유 중이다.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만만찮은 예비인가 경쟁 정 전무는 다른 오너 3세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현대해상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인 만큼 업계의 시장 포화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으라는 의미다. 현재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글로벌 진출,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생성형AI 및 데이터 관련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 전무는 신사업으로 인터넷은행을 점찍었다. 렌딧, 트래블월렛, 자비스앤빌런즈 등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4인터넷은행 출범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은행 진출을 통해 보험상품 판매 채널 다각화, 데이터 활용 등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현재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등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나선 상황인데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두 컨소시엄은 금융당국이 중점 심사 항목으로 강조했던 신용평가모형 구축을 이미 완료했을 뿐 아니라 시중은행이 참여하고 있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