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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콜옵션 리뷰

현대해상, 달라진 발행 전략 '손보사 톱 이슈어' 눈앞

⑨올해만 9000억, 톱5 발행 경쟁 우위…근간엔 10배 넘은 '이자보상비율'

최은수 기자  2024-11-01 09:30:59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새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따라 K-ICS를 포함한 자본적정성 규준이 확립되면서 보험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과거 발행만으로도 지적을 받던 자본성증권이 규제완화 끝에 자본확충을 위한 첩경이 되자 보험사들도 앞다퉈 부채자본시장(DCM) 문을 두드렸다.

현대해상은 올해 장기물 발행 추이가 가장 극적으로 변한 손해보험사다. 그간 일부 후순위채 리파이낸싱에만 전념하던 기조를 완전히 틀어 이제는 보험업계 톱 이슈어 수준까지 올라섰다. 아직 K-ICS 비율이 100% 중반을 기록하고 있고 이자보상비율을 통해 발행 여력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 불가피해진 채권 발행 '빅 이슈어' 대전환

현대해상은 그간 DCM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슈어는 아니었다. 2010년 말까지 약 12조원의 가용자본 가운데 2% 남짓인 3000억원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리파이낸싱하는 정도로만 레버리지 전략을 폈다. 현대해상이 처음 후순위채를 발행한 건 2015년, 즉 DCM에 데뷔한지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았단 뜻이다.


현대해상은 2018년 약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고 3년 간 휴지기를 가졌다. 그 사이 자본적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요동쳤다. 2018년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219%까지 올랐던 현대해상의 RBC비율은 2020년 말 200%를 하회했다. 그나마 2021년 말 35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찍어내며 203.4%를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그럼에도 적극적인 채권 발행을 선택하진 않았다. 2022년 보험업계에 고금리 시대 즉 뜻밖의 초호황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이긴 하나 현대해상이 2022년 인식한 당기순익은 1조2950억원이다.

이는 앞서 현대해상이 그간 리파이낸싱을 포함해 발행한 채권 규모를 넘어선다. 당기순익이 발생하면 보험사 자본계정에 포함되는 대표 항목인 이익잉여금이 쌓인다. 이는 자본 구성요소 가운데 이익잉여금과 조정준비금의 증대로 낮아진 건전성 비율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단 의미다.

현대해상은 이후에도 이익잉여금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계리적 가정의 가이드라인이 개정 반영된 2023년 3분기 이후 2개 분기 동안 이익잉여금은 1895억원, 조정준비금이 4718억원 늘었다. 도합 6613억원이다. 이는 작년과 올해의 자본성증권 상환금액인 6930억원을 상쇄한다.

현대해상은 어닝서프라이즈로 가장 강건한 자본 항목을 끌어올리며 자본건전성을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 확충 이슈에서 자유롭진 않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K-ICS를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지급여력이 만족스런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2024년 2분기 말 기준 국내 손보업계 톱5(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중 유일하게 K-ICS 비율이 200%를 밑돈다. 감독당국의 암묵적 권고치 150%는 넘는다.그러나 '톱5 체급'과 앞서 이익잉여금과 조정준비금이 꾸준히 6000억원 이상 발생하지 않을 때를 고려해 좋든 싫든 DCM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10배' 넘어선 이자보상비율, '여력도 이유도 충분하다'

현대해상은 채권 발행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최근엔 새 이정표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상반기에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달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발행에 나섰다. 당초 하반기 채권 발행 목표 금액은 2500억원이었는데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상하반기 도합 9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 한 해 동안 1조원에 육박한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 사례자체가 없다. 그간 자산총액이 크다보니 가용자본 규모도 역시 컸던 생명보험업계에선 드물긴 하나 사례가 있다. 한화생명이 2022년 한해 동안 국내외에서 1조2000억원의 장기채권을 찍어 자본을 확충했었다.

그러나 손보업계로 한정하면 얘기가 다르다. 현대해상이 내달 증액을 확정한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절차를 마무리하면 처음으로 한해 9000억원 이상을 조달한 손해보험사로 이름을 올린다.

발행 규모 톱 자리를 두고 미묘한 경쟁을 벌이는 톱5 손해보험사 가운데서 현대해상은 일단 우위에 섰다. 메리츠화재가 올해 8000억원의 트랙레코드를 기록했지만 현대해상 발행총액엔 미치진 못한다. KB손해보험도 이달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 간 총 9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할 것을 결의했다. 다만 시기를 연내로 특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해상의 발행 전략 변경은 채권 발행을 지탱할 체력도 충분했고 명분도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들어 크게 개선된 이자보상비율에서도 현대해상의 전략 변화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통상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의 안전도를 측정할 때 쓴다.

현대해상이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과정서 공개한 이자보상비율은 10.32배다. 이자보상비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단 뜻이다. 반면 현대해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자를 10번이나 내고도 남을만큼이나 영업이익이 났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장기채권은 자본으로 인정받는 자본성증권인만큼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선제적으로 검토해 발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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