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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CFO

유병각 전무, 현대글로비스 '밸류업' 성과가 갖는 의미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 '출발' 역할…재무안정성 기반 주주환원 확대

김현정 기자  2024-12-20 11:18:35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유병각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사업부장(전무·CFO)은 올 한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았다. 수익성 강화와 탄탄한 재무안정성을 일궈냈고 추후 9조원 자본적지출(CAPEX) 및 배당금 확대에 대비해 사내 유동성 또한 충분히 갖춰놓았다.

그는 '정의선 세대'를 뒷받침하며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나갈 핵심 인물로 평가 받는다. 특히 현대차 재무통 출신인 유 전무가 중요한 시기 현대글로비스 CFO로 이동한 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정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재경부문을 일원화해 서로 밀접하게 협력하게끔 한다는 얘기다. 유 전무가 기여한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제고'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탈바꿈 작업과 맞물려 더욱 값진 성과로 평가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재경부문 일원화,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맞물린 시선

1967년생 유 전무는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로 입사해 30여년간 현대차그룹에 몸담고 있다. 현대차에서 재무 임원으로 승진 코스를 밟았다. 처음 임원 타이틀을 단 것은 2017년 2월로 현대차 재경기획지원팀장(이사대우)에 올랐다. 2018년 3월 상무로 승진해 재무관리실장직을 수행했다. 현대차 CFO를 보좌해 그룹 전반의 재무관리를 수행했다. 2019년 5월 현대차 북미권역(미국, 캐나다, 멕시코) 재경실장(CFO)으로 일했다. 2023년 3월에 현대글로비스로 이동해 CFO로 근무하고 있다.

유 전무는 그룹 내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임원에 진급했을 때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였다.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성장을 이끌었던 주요 인사들이 퇴진하거나 자리를 옮긴 동시에 새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유 전무 역시 정의선 세대의 멤버로 승진한 뒤 주로 재경부문에서 활약했다.

그가 현대글로비스 CFO로 발탁된 데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재경부문 일원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현재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인 이규복 사장 역시 현대차에 오랜 시간 적을 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대표적 재무통이라는 것도 유 전무와 공통점이다. 이 사장은 과거 현대차 재무관리실장, HMB(현대차 브라질 판매법인) 재경 담당으로 근무한 바 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 사내이사 2명에 이 사장과 유 전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출신의 대표적 재무통 2명이 현대글로비스 수뇌부에 자리하는 배경을 놓고 업계는 '정의선 회장 중심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지어 보는 시선이 많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보유지분 중에서 밸류가 가장 높은 곳으로 그룹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정 회장이 핵심 계열사 현대차·기아 지배력을 확대하려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현대모비스 주식과 교환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증대가 중요한 이유다. 현대글로비스의 밸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활용도 역시 커진다. 유 전무를 현대글로비스 CFO로 선임한 것도 현대차그룹 재경본부 등과 밀접하게 협력해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을 그리도록 하기 위함이란 얘기가 나온다.

◇유 전무, 올해 기업가치 증대 기여…재무안정성 기반 속 주주환원 확대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주주환원까지 확대하며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고 있다. 유 전무가 현대글로비스 CFO에 올랐던 2023년엔 탄탄한 현대차그룹 물량에도 불구하고 시황 악화로 실적이 감소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1조1195억원을, 1조2931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7.5% 증가했다. 2022년 수준을 다 회복함과 동시에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 전망되고 있다.


탄탄한 재무적 체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CAPEX 금액이 2023년 2906억원에서 올해 1조403억원으로 258% 급증했다. 2030년까지 9조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이 가운데 23% 정도를 신사업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물류, 해운, 유통 등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에 쓰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감안해도 보유현금과 현금창출력이 받쳐주는 만큼 재무안정성은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은 2021년 1조1825억원, 2022년 1조8025억원, 2023년 2조5869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기준 3조원을 넘더니 작년 말 4조원을 상회했고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4조2000억원가량까지 증가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도 최근 크게 확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추후 3년간 '주당 배당금 최소 5% 인상 및 배당성향 최소 25% 이상 유지'로 기존 배당정책을 변경했다. 유 전무는 지난달 말 '2024년 3분기 실적발표회(IR)'에서 "그동안 주주환원정책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아왔는데 기존에 제시한 배상성향 25%는 최하단을 의미하고 상황에 맞춰 그보다 더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배당이 2~3년 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대글로비스는 이에 대응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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