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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과거에 '현대자동차는 국내서 30%를 팔아 마진의 70%를 번다'는 말이 있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서 비싸게 팔아 마진을 올리고 해외선 더 싸게 팔 것이란 대중의 추측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국내 판매가와 해외 판매가의 역전이 일어났다. 해외가격이 내수가격을 넘어섰다. '비로소 해외서 제값을 받는다'는 의미다.
해외판매 제품믹스에 고부가가치 차량이 늘어난 게 주효했지만 여기에 더해 현대차의 달라진 위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평이다. 해외서 현대차의 몸값이 인상되면서 역대급 호실적의 물꼬를 트게 됐다.
최근 9년 간 현대차의 승용차 판매단가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국내 평균판매단가(ASP)가 해외판매단가를 넘어섰으나 2022년 들어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022년 승용차 국내 판매단가는 5032만원이었고 해외 판매단가는 5044만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사업보고서상 공시 수치는 라인업 가격의 평균치다.
레저용 차량(RV)은 이보다 좀 더 빨리 찾아왔다. 2019년 이전까지는 추세가 왔다갔다 하다가 2019년 단가가 거의 같아졌고 2020년엔 해외 판매가격이 국내 판매가격을 상회하게 됐다. 2020년 기준 국내 판매단가는 4177만원, 해외 판매단가는 4826만원 정도였다. 두 차종 모두 교차 지점이 발생한 뒤로 해마다 가격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해외 판매가의 국내 판매가 역전현상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해외시장에서 고가차량 중심의 현대차 제품믹스 변화가 주효했다는 평이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제네시스로 대표되는 고급차와 SUV, 친환경차 등의 고부가 모델로 제품믹스를 변화시켰고 해외서 해당 모델들의 판매가 많았다. 세분된 제품라인업과 고급화된 트림은 해외서도 똘똘한 한 대를 원하는 소비자의 좋은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이는 현대차의 호실적으로 연결됐다.
두 번째는 '현대차의 제값받기'가 비로소 현실화됐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제네시스와 친환경차 판매량이 늘고 첨단 편의사양을 기본화한 결과, 현대차는 과거의 가성비 꼬리표를 뗐다. 덕분에 국내와 해외서 모두 판매가격이 우상향했으며 특히 해외에서 개선된 브랜드 및 상품성에 부응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내수·수출별 공시가 되지만 마진의 경우 이를 공개하는 회사가 없는 만큼 현대차가 국내서 전체 물량의 30% 팔아서 마진의 70%를 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해외 부문에서 제값을 받게 된 건 근래 현대차의 가장 큰 성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